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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개 생필품 값 집중 관리 … 전기료 등 공공요금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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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명박 대통령이 가격을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한 생활필수품의 구체적인 품목이 확정됐다. 정부는 쌀·라면·소주·휘발유·자장면·학원비 등 52개 품목을 선정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50개 품목을 언급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2개가 늘었다.

정부는 이들 품목의 가격 동향을 열흘마다 점검하고, 매달 서민생활 안정 태스크포스(TF)에서 들여다보기로 했다. 또 다음달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할당관세를 3%에서 1%로 내려 수입단가를 낮추고, 가공용 밀·옥수수와 사료용 곡물 등 69개 품목에는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전기료·전화료 등 공공요금도 동결한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확정했다.

52개 품목은 소득 하위 40% 계층(월 가구소득 247만원 이하)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고른 뒤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정해졌다. 이 과정에서 세제와 유아용품·밀가루·설탕·유선방송료 등을 추가하고, 티셔츠·운동화 등을 제외했다.

52개 품목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담합과 매점·매석을 단속할 방침이다. 가격의 편승 인상을 막기 위해 민간 소비자단체가 감시에 나서기로 했다. 또 농산물과 비철금속 등 비축물자를 대거 방출한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에 육박하는 등 물가가 불안해 이런 대책을 내놓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52개 품목 관리는 정부가 1970~80년대식 가격 통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국장은 “정부가 시장에서 직접적인 가격 규제를 할 수도 없으며 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이를 판매하는 유통업체는 원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밀가루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대해 직접적인 가격 규제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특정 품목의 가격 동향을 관리한다는 방침 자체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지만 결국 밀·옥수수 등 국제 원자재 시세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가관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품목별 관리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업계에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겠지만 과거처럼 품목별 가격관리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렬·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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