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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한 번 보고 … 두 번 보고 … S라인 ‘명품 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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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크릴로 만든 론 아라드의 ‘Oh Void’(2006). 의자의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뻥 뚫려 알을 품은 것 같다. 유려한 곡선이 인체를 닮았다. 앉으면 어떻게 되냐고? 앞뒤로 흔들거린다. [사진=안성식 기자]

의자는 가장 사람을 닮은 가구다. 아니, 가구 이상이다. 앉기 위한, 사람 몸을 지탱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고, 나아가 공간을 바꾼다. 조각품처럼 말이다. 의자 하나로 거실이, 사무실이, 카페가 새로운 공간이 될 만큼 의자의 존재감은 적지 않다. 권영걸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장(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은 “제품 디자인의 최고 경지가 자동차 디자인이라면, 가구 디자인에선 의자를 제일로 친다”고 말했다. 인체의 복잡한 곡선, 인간의 복잡한 행동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시험대가 되곤 한다.

의자는 거기 앉는 사람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우리가 학교나 사무실에서 남의 의자에 쉽게 앉지 못하는 게 그 예다. ‘왕좌에 오르다’‘권좌에 앉다’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쯤되면 의자는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밖에서 남에게 보이는 패션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다. 이제 집에 거는 그림이, 집에 두는 의자까지 나를 알리는 매개체가 돼 간다. 권 본부장은 “우리 문화가 과시의 단계를 넘어 향유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인가, 젊은 층들이 오가는 전시공간이 가끔은 가구 매장으로 변신한다. ‘의자 전시 붐’이다. 2006년 봄 서울시립미술관의 스위스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명품 의자전 등 세 곳에서 건축가·디자이너의 가구전이 열렸다. 이어 지난해 가을 청담동 서미앤투스 갤러리는 ‘나의 첫번째 의자’전을 열었고, 이달 초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3개월에 걸친 ‘베르너 팬톤전’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1926∼98)은 1958년 플라스틱을 자유자재로 구부려 만든 ‘팬톤 의자’로 가구 소재의 영역을 확장한 이다.

서미앤투스 갤러리에서는 다음달 11일까지 웬델 캐슬(76)전을 열어 그가 디자인한 의자·테이블을 판매한다. 조각을 전공한 그는 조각품과 가구를 넘나드는 조형적 파격을 추구하되 기능미도 놓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회화나 사진 외에도 디자인 가구전을 종종 여는 이곳 관계자는 “가구 모양이 새롭다 보니 아무래도 디자인 업계 종사자나 20∼30대 젊은 층이 전시장을 찾는다”고 전한다.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학장 론 아라드(57)가 이 같은 ‘의자 붐’에 방점을 찍으러 온다. 27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을 위해서다. 폐차 부속물, 금속판 등 의자는 따뜻하고 푹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그의 주요작이 한정품으로 나온다. 전시장에 나온 의자들은 수억원대에 판매될 예정이다. 아크릴로 만든 ‘보이드(Void)’ 시리즈의 한정품 역시 수억원대지만, 대량생산 모델은 50만원 내외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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