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도 주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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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에서도 ‘이마트 주유소’나 ‘롯데마트 주유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국에 유통망을 갖춘 대형 마트가 자체 주유소를 차릴 수 있는 길을 넓히기로 했다. 몇몇 정유사에 휘둘리는 석유류 유통시장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유소가 정유사에서 석유류를 공급받을 때 특정회사 제품만 쓰는 것을 허용한 ‘배타적 공급계약제’를 없애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 주유소를 통해 국내 정유사는 물론 수입 석유류까지 비교해 가격이 가장 싼 제품을 자유롭게 고르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25일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는 석유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런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석유 유통시장은 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4개사가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1만2000여 개 주유소는 이들 네 개사 중 한 개사의 제품만 공급받아 팔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배타적 공급계약제를 없애 대형 마트가 주유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컨대 이마트가 자체 상표의 폴사인을 내걸고, SK에너지나 GS칼텍스의 석유제품을 함께 파는 방식이다. 대형 마트는 이번에 관세가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생긴 수입 휘발유와 경유도 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석유류의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대형 마트는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유소 사업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외국 대형 유통업체의 주유소 사업 실태를 참고해 사업 진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주유소 겸영 편의점인 ‘익스프레스’를 운영해 영국에서 석유류 유통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월마트·코스트코 같은 미국의 대형 마트도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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