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적극참여로 참신한 일꾼 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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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선거전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상대후보의 표를 깎아내리기 위한 온갖 음해.흑색선전.전력시비.독설이 횡행해 선거분위기가 극도로 혼탁해지고 있다.
후보 뿐만 아니라 여야지도부까지 가세해 무차별하게 서로 물고물리는 전면전으로까지 비화 되고 있다.
주민들이 지역일꾼을 뽑아 그 지역의 일을 처리하게 하는 순수한 주민자치의 취지는 사라지고 중앙정당까지 끼어들어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꼴불견이 전개되고 있다.
중앙정치가 지방선거를 오염시키는 장면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다.정당이 지방선거에 끼어들어 지방자치가 위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정치권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고,선거홍보물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막상 유권자인 국민들은 선거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다.
시.도지사 후보를 제외하고는 자기 지역에서 어떤 인물이 단체장과 의원후보로 나왔는지 모른다거나,누구를 찍어야할지 결정하지못했다는 유권자가 아직도 많다.
그래서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의외로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간곡히 바라는 바는 이번 선거에 기권하지말고 꼭 주권을 행사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굳히는 역사적행사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지방자치란 본래 「참여적 민주주의」의 발현형태이므로 주민이 기관구성을 위한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실시될 수 없다. 설령 선거 결과 자질이 부족한 인물이 단체장이나 의원으로 당선돼 지역살림을 잘못 꾸려가더라도 투표에 기권한 사람은 비판할 자격이 없다.
지난 91년 지방의원선거이후 일부 지역에서 그러했듯이 자신은투표에 기권해놓고 『사람을 잘못 뽑았다』며 3년동안 두고두고 후회하지 말고 훌륭한 지역일꾼을 뽑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보중 누가 적임자인지를 현명하게 가려내 투표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을 대표로 뽑아야 하는가.
첫째,무엇보다도 인품이 훌륭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
도덕적.윤리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정직하며 청렴한 인물이어야 한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를 바르게 파악하고 상황을판단해 정책을 도출해내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그러면서도 목소리 큰 소수.이기적 집단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대응할 수 있는 소신파여야 한다.
둘째,지방자치의 참뜻을 이해하고 선출된 후에는 자기 직분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사업가가 사업상의 필요에 따라 입후보했다든지,출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입후보했다면 그런 인물은 뽑아서는 안된다.특히 우리나라의 사회 윤리가 실종된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사기범.강간범과같은 파렴치범죄 전과자들까지도 버젓이 입후보하는 세상이니만큼 유권자들이 옥석(玉石)을 구분하려는 노력과 지혜를 발휘해야 할것이다. 셋째,미래지향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을 뽑아야 한다.조직 관리능력및 통찰력,그리고 주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왕성한 성취욕구를 가진 인물이 바람직하다.
아집이 강하고 폐쇄적이며,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물을 뽑아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으로 후보들에게 바라는 바는 남은 선거기간만이라도 선거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인신공격,무차별 비방,다른 후보의 홍보물 훼손등과 같은 비열한 행동을 중지하고 공명 정대한 행동을 해달라는 것이다.
후보들이 선거법규를 지키지 않는다면 나라 전체가 무법지대로 전락할 것이며,당선되더라도 존경받지 못할 것이다.
오직 당선만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에게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유발시켜 정치적 냉소주의를 깊게 할 것이며,마침내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나올 우려도 없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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