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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헌장 서명 50돌 개혁論 대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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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엔헌장 서명 50주년(6월26일)행사가 서명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일부터 시작됐다.그러나 축제분위기는커녕 50주년을 맞는 유엔의 장래에 대한 걱정뿐인 침울한 분위기다.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이 직접 주재하는 세 미나의 주제도「유엔의 개혁」이다.개혁의 필요성을 전제로 채택된 토론 주제다. 안전보장이사회 조직개편 문제는 갑론을박(甲論乙駁)한지 이미 오래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엔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시비다.냉전체제의 종식으로 유엔이 정치분야 못지 않게 개발분야 쪽에 역점을 두겠다고 방향전환을 선언했으나 별다른 진 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이 작성한 개발과제는 책 한권 분량이다.90년대에 들어서만 세계아동정상회담을 비롯,환경정상회담.인구개발회의.사회개발정상회담등이 쏟아낸 숙제들이 산더미같다.모두가 뭉칫돈이 드는 사업들이다.유엔관계자들은 이것들을 두고「피스 패널티(Peace Penalty.평화벌금)」라고 부른다.냉전이 끝났다고 좋아하지만 유엔으로서는 엄청난 개발지원부담만 지게 됐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장 골칫덩어리는 안보리와 함께 유엔의 양대 기둥노릇을 해온경제사회이사회다.여기엔 숱한 경제기구들이 들어 있고,개발업무가강조됨에 따라 이들의 기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최근 열렸던 캐나다 핼리팩스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담에서도 경제사회이사회 산하기구들의 통폐합을 촉구했었다.
유엔 사무직원들 사이에서조차 경제사회이사회 자체부터 대폭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54개국이나 되는이사국들이 모여앉아 무슨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통솔력 결여는 제쳐놓더라도 여전히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유엔의 경상비를 충당하는 각국의 의무분담금도 미수금이 산처럼 쌓이는 판에 개발사업을 추진할 자발적 기여금이 제대로 걷힐리 만무하다.여러가지 대안이 속출하고 있다.
무기거래나 국제전화통화에 일정률을 떼내자는 것에서부터 심지어외환거래액의 일부를 유엔에 가져오자는 이른바「토빈稅」에 이르기까지,또 부담금 미납국가들에 채권발행을 권고하는 방안도 있다.
[유엔본부=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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