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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야기>10.만년필 워터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1883년 미국 뉴욕.평범한 보험외판원인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은 보험에 들겠다는 고객을 만나러 갔다가 계약서 위에 잉크를쏟는 바람에 계약은커녕 고객마저 잃는 불상사를 경험했다.
그가 고심끝에 발명해낸 것이 오늘날의 모세관식(毛細管式) 만년필.당시에는 잉크를 찍어쓰거나 펜대에 담아 촉에 흘려 쓰는 것이 고작이었으므로 이 만년필은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 「워터맨(Waterman)」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이 개발한 만년필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검정 에보나이트 몸체에 10호짜리 대형촉을 박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사용했는데 그뒤로 끝부분을 가는 원뿔형 뚜껑으로 바꾸고,주머니에 꽂는 클립을 붙이면서 촉도 2호로 작아졌다.고무튜브를 누르면 잉크가 자동적으로 채워지게 했다.
장식디자인은 훨씬 다양하게 변해 지위를 상징하는 장신구로 활용되도록 뚜껑에 금이나 은.산호.상아를 세공해 넣기도 했다.
워터맨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기능이나 디자인에 맞는 주제를 정해 제품명으로 채택하는데 올여름에는 「라틴의 꿈」이라는 제품을 선보였다.특히 명품으로서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제품을 수공으로 생산해 세공이나 내구성 등에서 세계최 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찰스 린드버그가 1926년 세계최초로 대서양횡단비행에 성공한뒤 그 감격을 일지에 적는데 이 만년필을 사용하고,노일(露日)전쟁을 종결시킨 포츠머스조약체결식에선 러시아대표가 이 만년필로사인했다든지 하는 사례를 들어 『역사의 중요순간 마다 그 현장에는 워터맨이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워터맨은 1954년 프랑스로 공장을 옮겼는데 이를 계기로 정교한 공예기술에 프랑스의 세련된 스타일과 개성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이다.87년부터는 질레트社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항소가 10여종 제품을 수입해 백화점.대형문구점등 60여군데에서 팔고 있다.
李在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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