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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자녀교육 "부모역할 강좌"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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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지난 주부터 수영을 하지 않겠다고 해요.싫다는 걸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같고.그래서 그만두게 할까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어요.어쩌면 좋죠?』『무조건 윽박지르는 것도 좋지 않지만 선뜻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많아요.아이와 같이 수영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나누는게 중요해요.어리지만 아이도 분명히 나름대로의 선별 능력이 있으니까요.처음에는 힘들지만 그런 대화를 자주 하면 능력도길러지게 돼요.』 서울가락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서 국민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둔 주부들이 모여 부모역할 훈련(PET)가정과외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고든 박사가 창안한 이 훈련 과정은 부모와 자녀도 여타 인간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전제 아래 대화를통해 자녀가 스스로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
89년 국내에 소개된 이 프로그램은 한국심리상담연구소 본부(02(335)0971)를 비롯,각 사회단체등에서 행해져왔던 것.최근들어서는 같은 동네에 사는 주부들끼리 팀을 짜 집에서 소그룹지도를 받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 「부모교육 과외」는 12명이상 모이면 가능한데 강의시간은1주일에 한번 3시간씩 8주간으로 짜여져 있다.특히 서로 얼굴을 아는 이웃들인지라 분위기가 편안한데다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때문에 주부들로부터 호평을 얻 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31개 국가에서 국제공인 자격증을 획득한4만6천여명의 부모역할 훈련 강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국내에는 2백10여명의 강사가 전국 26개 시.군 지역에서활동하고 있다.
과외비는 시지역의 경우 교재비 1만5천원을 포함해 1인당 7만5천원.군이하 지역은 6만5천원인데 본부에서 수강할 경우 성격 진단(1만원)을 하나 「가정과외」의 경우 성격진단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점.수강자가 원할 경우 4주간 더 교육받을 수 있다.
10주째 부모역할 훈련을 받고 있는 강호정(28.주부)씨는 『이 교육을 받고난 후 다섯살 된 큰 아이와의 관계가 대화를 하는 사이로 바뀌었고 자기판단 능력도 몰라보게 성숙해졌다』고 만족해한다.
주부 가운데는 재수강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작년에 이어 두번째 이 교육에 참가한다는 주기영(주부.31)씨는 『여섯살 된아이와의 관계가 대화위주로 재정립되다 보니까 자기행동에 책임을지는 습성이 몸에 뱄다』고 자랑한다.
부모역할 훈련강사 조무아씨는 『권위에 입각한 명령과 그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미덕으로 삼는 유교적 부모.자녀 관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라 많은 부모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고 전제 ,『자녀들이어릴 때부터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부모와 상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방법을 익히는게 부모역할 훈련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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