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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스피드 광풍’ 말레이시아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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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말레이시아 세팡에서 열린 F1 그랑프리 2라운드 결승에서 우승한 페라리팀 라이코넨이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세팡=연합뉴스]

F1 기념 세일 중인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 상점.

포뮬러원(F1)의 열기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집어삼켰다.

23일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그랑프리.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22대의 머신(경주용 자동차)이 일제히 780마력의 출력을 뿜어댔다. 드라이버의 몸무게를 포함해 600㎏을 조금 넘는 머신의 중량은 1500㎏에 이르는 일반 중형차의 절반 수준. 하지만 8기통 2400cc의 최첨단 엔진은 시속 300㎞를 간단히 뛰어넘었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퍼지고, 엔진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했다. 그러나 가장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소음이 제일 심한 좌석일수록 비싸다.

말레이시아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멀리 떨어진 잔디밭에서 서서 보는 3300원짜리 티켓도 마련했지만 출발선 앞자리는 70만원에 육박한다. 300만~500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면 트랙 안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루이스 해밀턴과 어깨를 스칠 수도 있어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부자 매니어도 수천 명에 이른다. 말레이시아는 한 경기 입장료로 거두는 수익만 가볍게 2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천문학적 금액이지만 이는 F1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투자자문회사 딜로이트는 지난해 17차례 열린 F1 그랑프리를 통해 얻은 총수입이 3조9000억원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3조원의 매출을 올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뛰어넘는 수치다. 라운드당 평균 2000억원 안팎의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돈벌이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F1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세팡 서킷에서 70㎞ 떨어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일찌감치 F1 열기로 들썩였다.

시내 중심가 상점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일찌감치 최고 70%에 달하는 세일에 돌입했다.

쿠알라룸푸르의 강남 격인 부킷 빈탕에서는 패션쇼와 음악 페스티벌이 잇따라 열렸다. 결승 레이스 하루 전날인 22일에는 쿠알라룸푸르타워 야외 광장에서 페라리가 주최하는 댄스 파티가 열렸다. ‘18세 이하 출입 금지. 죽거나 다쳐도 책임지지 않음. 날카로운 물질 반입 금지’라는 살벌한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는 1만 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모였다. 마치 2002년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스포츠 이벤트를 자국 패션 산업 및 문화 발전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미르자 모하메드 타이압 인도네시아 관광청장은 “F1과 관련해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이 1조원을 말레이시아에 쏟아 부었다”며 “포뮬러원으로 도시가 새롭게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국제자동차연맹(FIA)으로부터 2010년부터 7년간 F1 개최권을 확보했다. 서킷은 전남 영암에 건설 중이며 8~1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그랑프리에서는 지난해 시즌 챔피언 키미 라이코넨(29·페라리)이 1시간31분18초555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며 샴페인을 터트렸다. 지난주 열린 호주 그랑프리에서 1위를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23·맥라렌)은 5위에 그쳤다.

세팡(말레이시아)=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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