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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첫 탄핵 정국] '盧대통령 회견'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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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박관용 국회의장(中)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김경빈 기자]

▶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左)와 홍사덕 총무가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소추안 처리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 조순형 민주당 대표(左)가 11일 의원총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모든 의원이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11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중간쯤 이른 무렵. 핵심 당직자들과 함께 TV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더 볼 필요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민주당사에서 회견을 끝까지 지켜본 조순형 대표는 기자들을 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盧대통령의 사과를 기대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도 모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이들은 오히려 재신임.총선 연계론이 튀어나오자 "탄핵이 불가피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선 연계 용서 못해"

한나라.민주 양당은 "여당의 총선 승패에 재신임을 걸겠다는 건 명백한 선거 개입이자 대국민 협박"이라고 흥분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의총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기대했으나 친인척 비리에 대한 해괴망측한 변론만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다음 총선을 대통령 재신임과 연계하겠다며 또 다른 불법선거에 나선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명백한 위헌임을 지적했다. 추미애 의원은 "재신임.총선 연계는 직접적인 선거개입이자 선관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정쟁 국면을 확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과 없이 적반하장"

선거법 위반에 사과했어야 할 盧대통령이 도리어 재신임.총선 연계 등을 제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지적이 양당에서 쏟아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盧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에 대해 분명히 사과했어야 하는데 도리어 재신임.총선 연계론 등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朴의원은 "이처럼 법을 무시하는 태도는 탄핵에 따른 혼란보다 더 위험하다"며 '탄핵 불가피론'을 제기했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면서 위법이 없다고 했는데 그들은 정당 총재였고, 盧대통령은 무당적이라는 기본적인 차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盧대통령이 한마디 사과도 없어 국민 감정과 정반대로 가는 회견"이라며 "음주 후 역주행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10분의 1 약속 지켜라"

양당은 '10분의 1 발언'에 대한 盧대통령의 이번 주장을 '궤변'으로 몰아세웠다. 한나라당 이상득 총장은 "盧대통령이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국민에게 밝힌 약속인 만큼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는 액수를 논하는 건 잘못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10분의 1은 넘지만 수억원밖에 안 된다고 하나 문제는 액수가 아닌 기준 초과 여부"라며 "본인 스스로 기준을 넘었다고 시인한 만큼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측근 감싸는 변호사인가"

친인척 비리에 대한 盧대통령의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양당은 盧대통령이 진솔한 사과 대신 구차한 변명으로 친인척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공격했다. 한나라당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불법.탈법으로 얼룩진 친인척 비리를 반성하기는커녕 사이비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희정씨가 아파트를 사면서 쓴 돈은 나중에 돌려줬다 해도 명백히 횡령죄에 해당하는데도 盧대통령이 이를 전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균환 의원은 "측근 범죄를 변호하러 나온 것 아닌가 싶었다"고 꼬집었다.

◇"잘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진솔하게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영선 대변인은 재신임-총선 연계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심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정치안정을 위한 결단"이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안을 철회하고 총선에서 심판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장도 "대통령과 당의 입장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당혹한 눈치였다.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완전히 큰판을 만들어놨다"며 "盧대통령이 선수는 선수다. 아무도 못 막는다"고 했다. "너무 총선에 올인하는 것 같다"(김희선 의원)는 우려도 나왔다.

盧대통령 사과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은 "터무니없이 탄핵을 발의한 야당엔 시시비비를 가려야지 사과할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야당이 탄핵안을 철회하면 盧대통령과 4당 대표와의 회담을 주선한다는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김희선 의원은 10분의 1 책임문제에 대해 "국민이 기계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삶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켜냈는지에 대해 잘 설명했다"고 옹호했다. 또 신기남.임종석 의원 등은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두세 번 거듭 사과하지 않았느냐"면서 盧대통령을 감쌌다.

남정호.강민석.강갑생 기자<namjh@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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