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교 간 학력격차 완화책 뒤따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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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 중1 학생이 치른 학력 진단평가에서 지역·학교 간 학력 차이가 드러났다. 영어·수학 과목에선 서울·부산 등 대도시 지역 우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컸다. 학교별로 영어·수학 평균 점수가 많게는 20점 안팎의 차이가 벌어졌다. 이런 학력 격차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이번에 수치를 통해 구체적인 실태의 단면이 드러난 것뿐이다.

그간 우리 교육 현실에서 지역·학교 간 학력 격차 공개는 금기였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시험경쟁으로 내몬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와 일부 교육단체들이 이번 학력평가 성적 공개를 반대한 명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재하는 학교 간 학력 격차를 감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외려 현실을 인정하고 학력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게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물론 학력 격차에 사교육 영향이 크다는 것도 그른 지적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학력 격차 해소에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먼저 교사와 학교가 나서야 한다. 학력 진단평가 결과를 토대로 학교 단위 수업 혁신 방안을 찾는 게 학력 격차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정규 수업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수준별 분반 활동을 하거나 부진 과목 집중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등이 그 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게 하고 부족한 학생은 더 분발하도록 이끄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이젠 교사와 학교 간 경쟁이 일상화돼야 한다.

교육당국도 학력 격차를 줄이는 합리적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교육 낙후 지역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많은 지역이라면 학교 안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력 증진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비슷한 여건인데도 학력이 떨어진다면 원인 진단과 함께 우수 학교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연수 프로그램 제공도 한 방법이다. 연말에 실시하는 성취도 평가 결과 진단평가에 비해 성적 수준이 향상된 학교와 교사에겐 과감한 인센티브를 줄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