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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열차 폭발 173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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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11일 스페인 마드리드 남부 아포차역에 정차 중인 통근 열차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나는 등 이날 동시다발로 세곳의 역사(驛舍)에서 모두 네 차례 폭발이 발생, 173명이 숨진 가운데 구조대가 객차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마드리드 AP=연합]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 세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최소 173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쳤다고 11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통근자들로 북적이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30분 마드리드 남부 아토차역 플랫폼으로 들어오던 열차 안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 객차 2량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아토차역은 마드리드와 교외를 잇는 통근열차와 장거리 열차가 운행되는 대형 기차역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아토차역 인근의 엘 포조.산타 에우게니아역에서도 통근열차가 폭발했다.

산타 에우게니아역의 폭발 현장에 달려간 구급차 운전사는 "열차 한 량이 완전히 박살나 열차 전체가 두 동강 났으며 시신이 플랫폼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고 참사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이날 테러는 스페인 총선을 3일 앞둔 시점에서 발생했다. 자신들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경찰은 바스크 분리주의자 단체인 ETA에 혐의를 두고 있다. 스페인 정부 에두아르도 자플라나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스페인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명백한 학살"이며 "ETA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ETA 지도자인 아르놀드 오테기는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항상 사전 경고와 함께 공격한다"며 "아랍계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영국과 함께 적극 지원한 스페인이 알 카에다 등 아랍계 테러집단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통신은 이어 "민간인을 테러 대상으로 삼고 9.11테러 때와 같은 출근 시간대에 일어났으며 폭발 규모로 볼 때 알 카에다의 '냄새'가 난다"고 덧붙였다.

유럽 각국은 "엄청난 인명 피해를 빚은 이번 테러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유럽의회 패트 콕스 의장은 "스페인 국민과 스페인 민주주의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유럽 민주주의의 원칙을 공격하는 잔학행위"라고 비난했다.

◇ETA=1959년 창설된'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는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지역에 분포하는 바스크족의 거주 지역을 통합해 독립국가를 세우는 것을 강령으로 삼은 급진 무장단체다. 양국의 정부 관료 및 언론인뿐 아니라 일반인까지도 테러의 표적으로 삼는 ETA는 68년 이후 모두 850명을 숨지게 했다.

정용환.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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