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陰害후보에 票찍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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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운동의 기본원칙은 페어 플레이에 있다.그래야 당선자는 도덕성(道德性)과 정통성(正統性)을 바탕으로 맡겨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낙선자도 흔쾌히 승복의 자세로 승자에게 협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선거법도 이런 취지에서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을 금지하는 엄한 규정을 두고 있다.그럼에도 여전히 상대방을 비방.모략.음해하는 불법선거운동방식이 전국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당국의 경고와 후보들의 호소는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관 련당사자들을여간 피곤하게 만들지 않고 있다.
지역감정을 촉발하는 악질적인 흑색선전물에서부터 상대의 치부(恥部)를 까발리는 비방전단이 이곳 저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특히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은채 경쟁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신고와 제보가 선관위.검찰.경찰은 물론,언론사 에도 쇄도해정상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이런 익명의 제보나 신고를 조사해보면 90%가 허위로 판명된다는서울시경 당국자의 분석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각 정당이나 후보진영이 오직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되지도 않는 사안을 검찰에 고발.고소하는 풍조다.16일 현재 검찰에 입건된 선거관련사범 4백59명중 절반 이상이 이에 속하나,고발.고소자중 상당수는 정작 검찰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불순한 동기를 엿보이고있다. 이런 불법선거운동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기만하면 된다는 인격파탄자의 비열한 작태이므로 우선 유권자가 이런짓거리를 했거나 혐의가 농후한 후보자에게는 절대로 표를 찍지 말아야 한다.겉다르고 속다른 이같은 부류의 후보자가 공직에 앉으면 똑같은 나쁜 짓을 할 개연성이 그만큼 높다.
정당과 후보자도 이런 방식의 선거운동이 아직까지 먹혀들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의 유혹에서 즉각 벗어나야 한다.국민의높은 의식을 못따르는 정당과 후보는 도태만이 있을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그리고 3당은 공명선거운동을 다짐한 일전의 합동맹세를 벌써 잊었는지 묻고 싶다.
사법당국도 수사에 총력을 다해 일벌백계하는 의지를 보여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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