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 ●·이세돌 9단
이 급속한 변화에 충격을 받은 것일까. 박영훈 9단의 82가 다시 궤도를 벗어났다. 박영훈도 ‘참고도1’이 옳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뒤의 행마가 잘 떠오르지 않아(백A면 흑B가 싫다) 82로 실마리를 구한 것인데 이세돌 9단이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83, 85로 달려가자 흑 모양이 갑자기 환해졌다. 대신 떵떵거리던 백은 86까지 뒷골목으로 달아나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끝에 흑은 영광을 맛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참 신기한 날. 이세돌 9단의 87이 다시 구경꾼들을 경악하게 한다. 수많은 강자가 ‘참고도2’의 흑1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흑 우세”를 단언할 때 이세돌은 갑자기 몸을 움츠렸다(백2의 침입은 3으로 공격, 설사 살려줘도 흑이 좋다고 한다). 천하의 요소인 88이 백의 수중에 떨어지며 국면은 다시 어지러워졌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