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톱>"솔라리스"-인간에 초점맞춘 SF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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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화계의 도스토예프스키」라 불리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작품은 독특하다.
인간 내면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할리우드식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한량없이 지루하지만 곰곰 되씹어가며 보다보면 생각할 여운도 많이 준다.
성베네딕토 수도원 시청각교육연구회에서 『안드레이 루블로프』에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솔라리스』(71년작)도 흔히 공상과학(SF)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춘 할리우드식SF와는 달리 발달된 문명 아래 인간의 양심 문제를 추구한 작품이다. 72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런던영화제 최고영화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컬러와 흑백을 적절히 배합,시공(時空)의 차이를 교묘히 그려내고 있다.
심리학자 크리스 켈빈은 신비의 혹성 솔라리스를 탐사중이던 우주정류장에 문제가 생기자 진상규명을 위해 파견된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승무원들은 지난날 자신때문에 불행해졌던 「사람」들의 방문을 받고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이는 잠재의식속 이미지를 실체화하는 솔라리스 바다의 신비한 능력 때문이었다.
크리스에게도 죽은 아내 하리가 복제인간으로 나타난다.그녀는 그를 사랑했지만 아내로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자 자살했던 것.놀란 크리스는 하리 1호를 로켓에 실어 우주로 날려 버리지만하리 2호가 또다시 나타나자 그녀를 아내처럼 여 기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크리스의 어머니도 복제인간으로 나타나자 갈등을 느낀 하리 2호는 지난날의 하리처럼 자살해버린다.
크리스는 아내가 자신의 사랑을 받지못해 죽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심한 양심의 가책과 수치를 느낀다.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가를 깨닫고 지구로 돌아와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아버지를 찾아 무릎을 꿇 는다.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질 때는 인간의 도덕적 발견에도 그것에상응하는 도약이 있어야 한다』며 『기술의 발전보다 중요한 것은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밝힌 타르코프스키.그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밀려 도외시되기 쉬운 「인간」과 「양심」의 문제를 이미 오래전에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수도원은 비디오 출시를 기념해 세계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헹크 힉스트라 신부를 초청,21일 오후6시 명동성당에서 영화상영및 세미나를 갖는다.((279)7429).「으뜸과 버금」소속 비디오숍에서 대여도 한다.
〈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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