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세대간갈등심각-한국:근대와 탈근대..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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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990년 실시한 연구결과 한국은 당시 연구대상 43개국 가운데 가장 극심한 가치관의 변동을 나타내고 있습니다.특히 세대간의 갈등과 차이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安淸市교수)가 주최한 『한국:근대와 탈근대,그리고 문화변동』이라는주제의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사회의 문화변동을 진단한 잉글하트 미시간大 교수의 말이다.
잉글하트 교수는 발표논문에서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따른 외형적 변화와 관료화.도시화.산업화 등 부수효과들이 뚜렷하게 나타나 국민들은 이런 결과에 의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변동이 경제발전이라는 단선적 요인에 의해평가될 수 없는 복합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근대화가 진척되면서 물질적 성장보다 삶의 질.환경을 중시하는 커다란 가치관의 변화를 야기하게 된다고 예측했다.
한국이 경제적인 부는 축적했지만 삶의 질.환경.표현의 자유를유보해왔음을 지적한 그는 『한국이 일정한 시점을 지나면서 경제적 부와 관료적 혜택을 포기하고 유보해왔던 개인적 가치관을 찾고자하는,생존의 중요성보다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脫근대적.脫물질적 가치관으로 전환하는 커다란 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또 한국이 가족의 붕괴로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이것은 개인으로의 가치중심이동및 탈권위주의.민주화 확산의 한 징후로 볼 수 있 다고 설명했다.
『제3의 물결』의 결론을 공유하면서도 문화변동을 중심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토플러와 견해를 달리한 잉글하트 교수는또 헌팅턴 교수의 『문명 충돌론』에 대해서도 문화적 차이의 양립가능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비판했다.
반면 이 심포지엄에 참가한 달메이어(미 노틀담大)교수는 脫근대로의 문화변동을 「절차의 공정성」으로 해석해온 미국의 철학자롤스나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를 비판하면서 「맹목적 정의관」을벗어나 각 문화권의 상호학습이 가능한 전지구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그것을 가능케하는 논리로 헤겔의 「상호인정」개념이나 데리다의「해체」에 주목한 그는 근대적 「동등한 개인권리」는 각 문화권의 「동등한 집단권리」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라시(미 랭커스터大)교수는 脫근대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보체계의 독점화와 그 독점화로 야기된 「소외된 공간」이 소집단주의를 통해 다양한 공간으로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접근방법은 각각 달랐지만 문화변동을 통해 脫근대 사회를 전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치.경제 중심의 사회변동론과는 근본적 차이를 보여 주었다.그러나 이들 사이의 근대,脫근대에 대한 이해가 다양해 脫근대 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겨졌다.
金蒼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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