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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腦수술 확산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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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혈수술의 대명사로 외과수술 판도를 바꿔놓은 내시경이 그동안접근을 거부(?)했던 머리속까지 들어가 뇌수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뇌는 인체의 사고.운동.감각등 모든 신경회로 집합체인데다 조직이 연해 조그만 실수로도 치명적 손상을 볼 수 있는 기관.따라서 일반 내시경의 정밀도로는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뇌내시경이란 글자 그대로 두개골을 열지 않고 직경 5㎜이내의 구멍을 뚫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수술하는 기구를 말하는데 내시경에 의한 뇌수술이 가능하게 된 것은 치밀하고 섬세한 기구개발과 기술개선에 따른 것.
직경 3~5㎜의 카테터안에 광학렌즈와 내부를 밝히는 램프,레이저및 전기소작기,조직을 뜯어내거나 잘라내는 기구등을 삽입해 비좁은 공간에서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게된 것이다.
뇌내시경의 장점은 말할 것도 없이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음으로써 수술의 위험성과 합병증을 감소시키고 수술시간 역시 절반이하로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조병규(曺炳圭)교수는 『뇌내시경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침습정도,그리고 악성.양성을 가려내는 진단용으로 폭넓게 사용될 뿐 아니라 병의 원인을 직접 제거 또는 개선하는 치료용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치료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질환은 수두증이다.수두증은 뇌의 중심부에 있는 뇌실에 물(뇌척수액)이 차 뇌압이 올라가는 현상.뇌척수액은 하루 5백㏄정도 생성돼 뇌 주변을돌며 노폐물 정화및 외부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 는 완충역할을하고 정맥내로 흡수된다.그러나 배출통로가 막히거나(폐쇄성 수두증),흡수 능력이 저하되면(교통성 수두증) 저수지에 물이 고이듯 순환이 안돼 수두증이 생긴다는 것.
따라서 폐쇄성의 경우엔 내시경으로 뇌실과 지주막하 사이의 얇은 막을 뚫어 뇌척수액의 배출을 도와주고,교통성은 내시경으로 내부를 들여다 보며 뇌실에서 배의 복강까지 가는 관을 연결,인위적으로 물을 뽑아내게 수술한다.이밖에 뇌내시경이 효과적으로 이용되는 질환은 양성종양인 물혹과 직경 2㎝이내의 혈관분포가 적은 종양,그리고 유구낭충등 뇌속에 들어간 기생충의 제거다.
아주대의료원 신경외과 조경기(趙京基)교수는 『뇌실 주변이나 혈관이 지나가지 않는 물혹은 레이저나 전기소작으로 1백% 제거가 가능하고 기생충은 간단하게 빨아들여 치료할 수 있다』며 『앞으로 뇌혈관 출혈에 대비한 지혈술만 발달하면 뇌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뇌내시경은 수술도중 혈관이 터졌을때 곧 지혈할 수 있는 차단장치가 없다는 것이 단점인데 이것만 개선되면 뇌내시경의 활용범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내에 뇌내시경이 도입된 것은 약 2년전으로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조병규교수,세브란스병원 최중언(崔重彦)교수등이 소아의수두증 치료에,아주대의료원 조경기교수등이 수두증을 비롯한 종양수술등에 활발하게 뇌내시경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 근에는 삼성의료원과 경희대 분당 차병원등에서도 시술에 성공해 조만간 뇌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은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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