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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홀로코스트는 부끄러운 기억” 이스라엘 의회서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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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셋)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독일 지도자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이 같은 사과 연설을 한 것은 2000년 요하네스 라우 전 대통령과 2005년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실질적인 독일 정부수반인 총리가 이스라엘 의회 연단에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현지를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홀로코스트는 수치스러운 기억”이라며 이스라엘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는 자신을 환대해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먼저 히브리어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어 독일어로 한 연설에서 “우리 독일인은 ‘쇼아(히브리어로 재난이라는 뜻. 홀로코스트를 의미)’ 때문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머리 숙인다”고 사죄했다.

또 “독일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항상 ‘쇼아’의 기억으로 인해 특별한 관계로 연결돼 있을 것”이라며 “독일은 결코 이스라엘을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친구와 파트너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안보에 최대 위협 요인인 이란 핵문제도 언급했다. 메르켈은 “이란의 핵무기 확보는 비참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평화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샬롬’으로 연설을 마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의회 연설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이스라엘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경청했으나 일부 의원은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언어로 연설이 진행된다는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정파인 민족연합당(NU) 소속인 아르예 엘다드 의원은 “의회에서 독일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게 치욕을 안기는 일”이라며 메르켈 총리에게 영어 연설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독일은 17일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예루살렘에서 첫 합동 각료회의를 열어 군사·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하는 등 양국 관계를 실용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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