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퀴즈왕’ 퀴즈쇼 마이크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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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퀴즈쇼 출연은 제 젊은 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죠. 이제 MC가 돼서 출연자들을 리드하자니 제 일인양 가슴이 뛰네요.”

1980년대 말 MBC 인기 프로그램 ‘퀴즈 아카데미’에서 7주 우승의 신화를 이뤘던 ‘퀴즈왕’이 이번에 퀴즈쇼 MC를 맡았다.

여학생 오빠부대까지 생겼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여름사냥’ 팀의 송원섭(41·JES 엔터테인먼트 팀장·사진)씨가 주인공. 송씨는 17일부터 경인방송(OBS)의 생방송 프로그램 ‘OBS 뉴스퀴즈쇼’(오전 6시~7시)의 진행을 맡고 있다. 퀴즈왕 출신이 퀴즈쇼 MC가 된 것은 한국에선 처음이다.

송씨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이던 88년, 대학 선배 김성동(건축공학과, 현재 현대건설 근무)씨와 ‘여름사냥’이란 팀을 꾸려 ‘퀴즈 아카데미’에 출전했다. 훤한 외모에 해박한 상식, 재치 있는 말솜씨로 이목을 끈 ‘여름사냥’은 프로그램 초창기 7주 연속 우승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배낭여행조차 흔치 않던 그 시절, 부상으로 유럽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것은 물론 7주 우승자끼리 겨루는 왕중왕전에서도 우승해 선망의 대상이 됐다. 신사복 광고 모델로도 캐스팅됐던 송씨는 “그때보다 몸무게가 20kg이나 늘었는데도, 아직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송씨의 ‘퀴즈 구력’은 좀더 거슬러올라간다. 초등학교 때부터 퀴즈왕의 꿈을 키우던 그는 청량고 2학년 때 ‘장학퀴즈’에 출전해 주장원과 월장원을 거쳐 84년 18기 기장원에 올랐다. 포상으로 대학교 전액 등록금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장학퀴즈’ 조연출이던 주철환 PD(현 OBS 사장)와 인연을 맺어 주 PD가 ‘퀴즈 아카데미’를 연출할 때 ‘여름사냥’으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퀴즈쇼 MC를 맡게된 것도 주 사장의 권유에 의해서다.

연예전문기자로 바쁘게 일하는 송씨가 새벽 퀴즈쇼 MC를 굳이 맡은 것은 퀴즈 프로그램에 대한 특유의 소신이 있어서다.

“요즘 퀴즈쇼는 지식 엿듣기나 연예·오락 쪽으로 흐르는데, 그건 본질이 아니죠. 퀴즈쇼의 1차 재미는 ‘경쟁’입니다. 경쟁이 주는 긴장감, 그게 퀴즈쇼의 본질이 아닐까요.”

송씨의 주장을 반영해 OBS 뉴스퀴즈쇼는 국내 최초로 ‘무한연승’ 제도를 도입했다. 매회 일반인끼리 전화로 맞붙어 5전3선승제로 승자를 가리고, 이긴 사람은 도전자와 계속 방어전을 벌이는 방식이다. 한번 이기면 상금이 5만원이니, 1000번을 계속 이길 경우 500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각종 퀴즈 경연에 모두 15번 출연해 그 가운데 14번을 우승했다는 송씨는 퀴즈쇼에 관한 한 독특한 자기 주장이 있다.

“잡학상식이 많은 분들이 아는 체를 하면 주변사람들로부터 왕따 당하기 십상이잖아요. 퀴즈쇼는 그런 분들이 특기를 발휘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두뇌스포츠라 할 수 있죠. 시사 상식에 강한 분들, 어서 도전하세요.”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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