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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달라이 라마 측이 티베트 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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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제사회가 티베트 유혈 사태와 베이징 올림픽을 분리해야 한다는 태도로 돌아서면서 중국의 강경 대응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의 ‘은폐와 최소 언급’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티베트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비난하고 나섰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8일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폐막 직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은 달라이 라마 집단이 음모를 꾸미고 계획을 세운 뒤 선동해 일어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많다”고 말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이날 기자들에게 “티베트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가 통제 불능 상태라면 망명정부 수반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달라이 라마의 비서인 텐진 타클라는 “티베트인들이 폭력을 택한다면 비폭력 노선을 고수해 온 달라이 라마가 물러나야 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보이콧은 반대”=유럽연합(EU)과 미국·러시아·호주 등 주요 국가들은 올림픽 거부가 티베트인 인권 존중과는 무관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카리브해 지역을 방문 중인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나라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EU는 “티베트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거부하는 것이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적절한 방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미국 올림픽위원회도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프랑스와 독일·호주 등 다른 주요 국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잇따라 피력했다. 러시아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티베트 사태는 중국 내부의 문제”라며 중국 정부를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

◇공세로 전환한 중국=티베트 자치구의 샹바핑춰(向巴平措) 주석은 17일 국무원 신문판공실(공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오전 11시 일단의 승려들이 근무 중인 경찰관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을 신호탄으로 라싸 바쿼제(八廓街)에 폭도들이 운집한 뒤 즉각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어 학교·병원·은행·발전소 등에 공격과 방화가 차례로 이뤄진 것은 이번 시위가 고도의 계획 아래 시작된 것임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또 “폭도들에 대한 수색과 배후세력 추적이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 것임을 예고했다.

◇외국 기자 추방 등 강경조치=라싸 경찰은 15일 폭도 검문을 이유로 홍콩 기자들이 묵고 있는 호텔을 급습했다. 홍콩 TV 기자들이 이 장면을 송고하자 이날 저녁 경찰이 다시 호텔을 급습해 손을 들게 한 뒤 본격적인 수색을 시작했다. 경찰은 노트북을 압수한 뒤 기자들을 신문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경찰이 또 다른 호텔을 급습해 15명의 홍콩 TV 기자들을 체포해 조사했다.

라싸 경찰은 다음 날인 16일 홍콩 기자들을 미니 버스에 태워 공항으로 강제 이송한 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행 비행기에 탑승시켜 추방했다. 홍콩기자협회(HKJA)는 17일 성명을 통해 “추방 조치는 라싸 사태의 진실이 은폐될 수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중국의 개방 이미지에도 부정적 인상을 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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