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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개혁공천 내세운 계파공천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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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월 9일 치러질 18대 총선의 주요 대진표가 마무리됐다.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245곳 전 지역구 공천을 완료했다. 통합민주당은 어제 영남권·경합지역 일부를 제외한 143곳의 지역구에 뛸 후보자를 확정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은 이른바 10년 만의 이명박 정권교체 효과가 299명(비례대표 54명 포함) 국회의원의 입법권력 교체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세력 교체의 완성을 위해, 손학규 대표는 견제세력의 구축을 위해 과반의석 확보↔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 결과는 그들의 이런 목표에 부합한 것일까.

우선 박재승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의 ‘희생공천’으로 시작된 양당 공심위의 주거니 받거니 거물·중진 제거 경쟁은 국민 눈높이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무능과 코드로 점철된 17대 국회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줘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퇴출시킨 건 당사자들에겐 안됐지만 잘한 일이다. 안강민 심사위원장의 한나라당도 ‘금고 이상의 비리 경력자’를 애초부터 공천심사에서 배제함으로써 18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가혹할 정도로 높여놨다. 한나라당이 영남 의원 62명 중 27명(43.5%)을, 민주당이 호남의원 31명 중 12명(38.7%)을 탈락시킨 건 속이 시원했다. 사상 유례없는 영호남 물갈이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의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게으르고 막가파식 행동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른바 ‘대량 살상 공천’ 과정에서 탈락 기준이 모호하고 상황에 따라 고무줄 잣대가 적용됐다는 비판은 맞는 얘기다. 밖으로는 개혁공천을 내세우며 안으로는 계파 챙기기 공천이 되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친이명박 공천자가 153명, 친박근혜가 48명이란 수치가 말해준다. 이 와중에 중간 실력자들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자기 사람 심기에 바빴던 점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수도권의 386운동권 출신들이 별 시련 없이 공천을 따낸 게 의아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공천의 허와 실은 유권자가 4·9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