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越班制에 유의할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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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빠르면 올 2학기부터 월반제가 초.중등학교에서 실시된다.월반.속진제란 특별한 지능과 재능을 지닌 영재(英才)를 특별히 교육시켜 개인적으로,국가적으로 유용하게 키우자는데 그 본래 뜻이있다.국가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나,「특 별한 아이」가「이상한 아이」로 잘못되는 현실을 막기 위해서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제도가 외국에선 일찍이 도입돼 큰 교육적 효과를 얻고 있지만 유독 우리는 민감한 거부반응을 보여 실시가 늦어졌다.월반제하면 엘리트 교육으로 단정하는 분위기와 내자식은 영재라는 학부모의 환상이 이 제도 도입을 어렵게 했다.앞으로 도 「월반 과외」라는 신종 과외가 예상되고,평가를 잘 받기 위한 치맛바람도 걱정된다.
월반.속진제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인식부터 먼저 고쳐야 한다.
영재교육이란 특혜가 아니다.특별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교육적 의무라는 인식의 전환이 확산돼야 한다.지능력.사고력,그리고 학력(學力)이 보통 아이보 다 월등할 때 영재라는 이름을 붙인다.
경주(慶州)신라중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월반제를 실시했다.중1년생중 학년석차 5%,지능지수 1백40점이상과 그밖에 창의성.인성검사등 8개 표준화검사에 5명이 합격했다.이들은 중3생으로 월반진급해 아무런 장애없이 훌륭하게 자란다는 보고 서가 나왔다.이런 제도가 없다면 공부에 염증을 느껴 등교를 거부하고,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영재도 숱하게 나올 것이다.교육개혁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영재교육센터가 설립되고 교과별 속진제도 실시한다.
보다 과학적으로 영재를 판별해 보다 효 과적으로 교육시키는 체계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여기에 앞서 지금까지 월반제를 대학에 빨리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이나,내자식은 영재라는 막연한 기대로 과외를 통한 월반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환상이 먼저 깨어져야 한다.월반이 교우관계를 흔들어 원만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거나,청소년기의 성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점도 깊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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