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인정한 ‘혈액 순환’ 효과 … 홍삼은 ‘과학’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홍삼은 인삼을 쪄서 말린 것으로

색이 붉어 홍삼이다.

신비의 명약인 홍삼은

현대에 와서 더 각광을 받는다.

과학적으로 새로운 효능이

속속 밝혀지기 때문이다.

최근 홍삼의 건강효과가

하나 더 추가됐다.

혈류 개선 효과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효과를 인정했다.

지금은 홍삼 제품 라벨에

‘면역력 증강·원기 회복·자양 강장’이란

건강 효능 표시만 할 수 있다.

정부가 이 세 가지 효능에 대해

공식 인정한 셈이다.

올 여름엔 이 중 ‘자양강장’이 삭제되고 그 자리에 ‘혈류 개선’이 삽입된다. 홍삼 농축액을 매일 3g씩 꾸준히 섭취하면 혈소판 응집이 억제돼 혈액의 흐름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최근 3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히트예감 1순위가 홍삼과 코엔자임 Q10이다. 홍삼의 다양한 웰빙효과와 섭취 시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면역력을 높인다=홍삼의 핵심 웰빙성분은 사포닌과 다당체다. 다수의 동물실험에서 인삼이 암세포를 죽이고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항암 효과는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과 다당체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증강시킨 덕분으로 추정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도 인삼의 항암 효과가 몇차례 확인됐다. 개중엔 인삼을 꾸준히 먹은 사람의 암 발생률이 인삼을 멀리 한 사람의 56%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포함돼 있다. 또 소화기계 암환자에게 항암제·면역요법제를 투여하면서 동시에 인삼을 먹이면 암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신체 내 여건이 확실히 나아진다는 논문도 나왔다.

전신이 허약하고 원기가 떨어졌을 때 먹으면 힘이 난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동서협진과 류재환 교수는 “인삼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 삶의 활력을 높여 준다”고 말했다. 한국·일본·러시아의 학자가 공동으로 마라톤 선수에게 인삼을 먹게 한 뒤 그 효과를 살폈다. 인삼을 먹은 선수는 먹지 않은 선수에 비해 근육통·현기증·피로도가 낮아졌다. 피로의 지표인 혈중 젖산 농도도 감소했다. 기록도 약간 단축됐다.

◇혈류를 개선한다=인삼의 혈류 개선·강심(强心) 효과는 고대 한의서인 ‘본초강목’에도 기술돼 있다. 신임 윤여표 식약청장이 지난해 고려인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도 홍삼의 혈류 개선 효과가 언급된다. 윤 청장은 혈중 콜레스테룰 수치가 80~250인 87명(20~65세)에게 홍삼을 8주간 먹였다.

2002년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 중국 학자(진은위안 박사)가 발표한 연구결과도 홍삼의 강심 효과를 뒷받침한다. 그는 건강한 중년 남녀 75명을 두 그룹(50명 홍삼 복용, 25명 가짜약 복용)으로 나눈 뒤 두 그룹 간 심장기능을 비교했다. 여기서 홍삼 섭취 그룹은 심장 박출량이 증가하는 등 혈류 순환 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의 수축력도 강해졌다.

홍삼이 혈류 개선에 유익한 것은 혈중 콜레스테롤·포화지방을 분해하고 혈소판 덩어리를 녹인 데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성기능을 향상시킨다=홍삼의 여러 건강효과 가운데 최근에 알려진 것은 성기능 개선 효과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형기 교수팀은 스트레스성·심인성(心因性)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홍삼 정제를 매일 6알씩(하루 세 번, 한 번에 두 알) 먹어 보라고 권했다. 3개월 뒤 상당수가 ‘성기능이 호전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 교수는 “홍삼이 스트레스를 풀어 주고 산화질소(NO, 심혈관계 세포의 기능을 촉진)를 생성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는 것이 어우러져 이런 효과를 나타낸 것 같다”며 “발기부전약 복용이 꺼려지는 사람이나 상태가 가벼운 사람에겐 홍삼을 권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병 등 기질적으로 발기부전이 왔거나 상태가 중한 사람에겐 도움이 안 된다.

인삼은 승열반응 때문에 몸에 열이 많거나 어린이는 먹기에 부적합한 반면 홍삼은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홍삼 잘 먹는 법

86도 이하로 달여야 건강성분인 사포닌이 잘 흡수된다

두달 이상 장복해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때나 섭취할 수 있다

공복에 먹으면 흡수가 빠르다

공복에 먹은 뒤 위에 부담이 느껴지면 식후에 섭취한다

복용 초기 명현 반응(약을 이기지 못해 생기는 반응)이나 알레르기가 나타날 수 있으나 곧바로 회복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복용 후 2주 이상 명현 반응이나 이상 증세가 지속되면 전문가와 상의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기술된 인삼의 효능

성질이 약간 따뜻하다(微溫)

맛이 달다(甘·약간 쓰다고도 한다)

독이 없다

주로 오장(五臟)의 기가 부족한 데 쓴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눈을 밝게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한다

허손된 것을 보(補)하며 곽란으로 토하고 딸꾹질하는 것을 멎게 한다

담을 삭힌다

●현재 연구 중인 인삼의 다양한 효과

항암 효과: 인삼 사포닌과 인삼 다당체의 효과

당뇨병 개선 효과: 혈당 조절·인슐린 내성 개선

스트레스 해소·피로 회복: 마라톤 선수에게 먹였을 때 혈중 젖산(피로유발물질) 농도 낮아지고 기록도 단축됨

기억력 향상: 인삼 사포닌의 효과

노화 방지: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의 효과

성기능 개선 효과: 심인성·스트레스성 발기부전 환자에게 유용

에이즈 치료 효과: 에이즈 감염자가 장기 복용하면 CD4 림프구 감소 억제

항염증 효과: 피부염에 효과

항알레르기 효과: 인삼 사포닌의 효과

자료=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동서협진과·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