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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머니게임>1.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이곳에선 시시각각 값이 변하는 통화.금리.주가를 「원재료」로삼아 가격위험을 제거한 선물.옵션.스와프등 파생상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이들은 다시 선물옵션.스왑션과 같이 한단계 더 발전된 하이테크 상품으로 변한다.
애초 헤지(리스크 회피)명목으로 고안된 것이긴 하나 투기자들입장에서 보면 위험과 수익이 동시에 불어난 새로운 투자대상이다.위험을 회피하려는 사람만이 모여서는 거래는 형성되지 않는다.
더 높은 수익을 겨냥해 위험을 기꺼이 떠안으려는 사람이 많아야시장은 활기를 띤다.
그 결과 지금 국제금융시장은 투기성 거래가 전체의 90%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카지노 자본주의」란 말이 여기서 나온다.
디리버티브가 언젠가 세계를 공황(恐慌)으로 몰고갈지 모른다는 걱정의 소리도 들려온다.1929년 대공황 직후 은 행업과 증권업의 분리를 골자로 해 제정된 미국의 글래스 스티걸법도 빠르면연내 폐지될 것으로 보여 이런 우려는 더욱 현실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운영하는 측은 『자동차가 위험하다고 걸어 다닐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편다.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을 익히면 생활에 이기(利器)가 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에도 1조달러 이상의 돈이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시장참여자들은한푼이라도 더 남의 돈을 따먹기 위해 긴장과 불면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카고를 주무대로 뛰는 금융선물(先物)거래사 레널즈 테드(35)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회는 있다』며 『최근엔 美재무부채권 「요리」에 바짝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한다.시장이 요동칠 때 한눈 팔면 「요리」는 다 타버리고 만다는 것이 다.
장내외의 모든 정보와 육감까지 동원해 벌이는 그의 작전은 財테크차원이 아니라 곡예에 가깝다.테드는 『위험을 사랑하지 않으면 돈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신봉한다고 했다.
그가 들려준 또다른 얘기는 정말 흥미롭다.연초 페소화 폭락사태로 멕시코 경제위기가 부각되면서 멕시코관련 채권값이 폭락했다.그때 그는 멕시코 채권을 꾸준히 매입하는 일단의 「꾼」들을 보았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라는 「경제우산」을 같이 쓰고 있는한 멕시코는 방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아래값이 떨어지던 멕시코채권을 사들였던 쪽이다.
멕시코경제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요즘 그 세력들은 미소를 머금고 있음에 틀림없다.머지않아 그들의 승리는 확인될 것이다.그러나 승자는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딴 돈을 챙겨말없이 시장을 빠져 나갈 뿐이기 때문이다.
상품값이 변할 때마다 승자와 패자는 양산된다.모든 투자자는 승자쪽에 서길 바란다.그러나 이것은 언제나 꿈일 뿐이다.헤지펀드의 영웅 조지 소로스도 예외는 아니다.
검은 돈의 세탁도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한낮의 동굴」같은 국제금융시장,이 거대한 시장을 움직이는 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월급쟁이.택시운전사.공학박사.농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일반투자자와 이들 「개미군단」의 돈으로 위세하는 대형 금융기관들.거부(巨富)들을 대신해 시장의 최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헤지펀드들.기업주,거액상속자,개발도상국의 신흥갑부,부동산. 광산재벌을 낀 개인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집단들이다.중앙은행이 한몫 낄 때도있다.이들 프로가 벌이는 두뇌게임은 치열하다.시장은 언제나 한포인트 더 높은 수익률을 향해 내뱉는 이들의 아우성과 몸짓들로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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