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쇠고기 열었는데, 삼계탕은 못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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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우 쇠고기의 미국 수출 길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가운데 한국의 ‘포장 삼계탕’도 아직 미국에 수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쇠고기 시장 개방 협상 때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는 조건으로 미국 측에 포장 삼계탕을 수입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위생조건 협상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산 포장 삼계탕의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축산물 수출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너무 수세적으로 나가는 바람에 협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16일 “삼계탕은 가공식품이어서 위생조건 협상과 함께 미국의 식품 위해요소 관리기준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작업장에 대한 현지 점검을 벌이기로 했던 미국 조사단이 조만간 방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삼계탕 수출 협상이 앞으로 6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돼 협상이 타결되면 9월 안으로는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포장 삼계탕 수출이 계속 늦춰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국산 삼계탕의 인기가 높자 국내 닭고기 가공업체들은 대미 삼계탕 수출을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미국 수출 길이 막혀 있는 삼계탕은 2006년 일본·대만 등에 960t, 4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됐다.

14년 전부터 일본에 삼계탕을 수출해 온 하림의 최장순 해외사업팀장은 “미국에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데다 수요도 많아 수출이 이뤄진다면 해외 매출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우 쇠고기의 미국 수출 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본지 보도(3월 15일자 2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는 중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현지시장 조사를 해야 하고, 일본 쪽 사례도 좀 더 연구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미국과 위생조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앞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조건과 관련해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 측에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경우 우리에게 불리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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