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난이’ 얘기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 했지만 아역의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였다.
“너무 어렸을 때라 ‘간난이’는 기억도 별로 없고 실감이 안 나요. 폭발적이었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어머니가 ‘여기선 이렇게 하고, 저기선 우는 거야’ 하시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했죠.”
초등학생 시절 내내 방송국·집·학교를 맴돌다 실컷 놀고 싶어 중학교 3년 쉰 것을 빼고는 계속 연기를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대학도 동국대 연극영화과로 들어갔다. 꾸준하게 연기를 했다는데도 영구만큼 인상적인 건 떠오르질 않았다.
“아르바이트처럼 여기저기 단역으로 출연했고, 오디션도 많이 떨어졌어요. 방송국을 찾아가도 ‘많이 컸네’ 라고만 하시더라고요.(웃음)”
실망했을 법도 한데 그는 어른들 틈에서 일 하면서 ‘애늙은이’가 된 덕에 “다행스럽게도 자신을 잘 알았다”고 했다.
“고등학생이 되니까 ‘나를 선뜻 써주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역 출신이니 신선하지도 않은데, 키가 훤칠하지도 잘생기지도 않았잖아요. 경쟁력이 없다는 걸 잘 알았던 거에요. 그런데 어려서 한 것만으로 연기하겠다면 건방진 거죠.”
아역 때 연기는 큰 경험으로 여기고 학교와 대학로 연극 무대 등에서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2002년에 ‘풋루즈’가 첫 공연이었어요. 뮤지컬이 너무 하고 싶을 때 운 좋게 오디션을 봤고, 주인공이 됐고, 데뷔를 한 거죠. ”
운이 따랐을 뿐이라지만 그는 그동안 열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고 ‘렌트’의 에이즈 환자, ‘뱃보이’의 박쥐소년, ‘헤드윅’의 트렌스젠더 등 개성 있는 배역을 잇따라 맡았다. 2005년에는 ‘뱃보이’로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힘이 넘치는 햄릿에는 김수용이 딱”이라는 연출자의 추천에 따라 ‘햄릿’ 에 출연했다. 연출자의 안목대로 그의 힘있는 노래 실력은 가죽바지 입고 칼을 휘두르는 강렬한 햄릿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노래를 따로 배운 건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촬영 기다리는 시간에 이것저것 듣고 따라 하다 보니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요즘엔 ‘김수용, 너 참 다행이다. 그런 거라도 있으니 밥 벌어먹고 살지’라고 생각해요. 안 그랬으면 어떻게 뮤지컬을 하겠어요.”
드라마 ‘간난이’의 한 장면. 영구 역을 맡은 김수용<左>과 간난이 역의 김수양. [중앙포토]左>
“배우라면 드라마던, 연극이던, 다 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아역 배우 출신이 무대에 섰다’는 말 보다 ‘아차, 저 배우가 아역 출신이었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죠.”
글=홍주희, 사진=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