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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1페니 땅에 떨어져도 안줍는게 이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6개월전 나는 페니(1센트짜리 동전)와 다른 잔돈들을 가방 하나 가득 담아 은행에 가져가서는 동전을 세기 시작했다.
그런데 창구여직원은『50개씩 종이에 말지 않은 동전은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 말에 상당히 화가 났고 한편으로 놀랍기도 했다.
1센트짜리가 별다른 값어치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문자 그대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통화가 은행에서 받아 주지 않을 정도로 가치가 없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계산을 해봤다.동전주머니를집으로 가져와서 1센트짜리를 분류하는데 25분,50센트씩 세는데 10분,이를 종이에 싸는데 다시 10분이 걸렸다.
이렇게 해서 시간당 평균 7.33달러의 수입을 올렸다.여기서동전포장지 값 2.99달러를 빼면 시간당 수입은 4.34달러가된다. 이 정도면 최저임금은 되니까 괜찮은 수입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1센트짜리는 떨어뜨려도 주울 필요가 없을 만큼가치가 없다.1페니를 줍는 데는 모두 12초의 작업이 필요하다.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눈의 피로,허리를 굽히는 노동,손톱으로 먼지 속을 헤치는 작업 등으로 시간당 3달러를 버는셈이다. 당신이라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
1센트짜리 동전을 줍는 일은 호주머니의 돈이 가치있다고 여기게 하는 선전기능에 일조할 뿐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돈가치가 지금의 4배나 됐던 60년대에 이미 1센트짜리는 폐품이 됐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1센트는 풍선껌 4분의 1개,2.5초간의 유료전화통화,7.2초간의 영화관람,14단어 길이의 소설읽기,16초간의 옥외주차(옥내주차는 4초),콜라 한 숫가락,위스키 한 방울,11.5피트(약 4미터)거리의 택시승차비용에 불과하다 .
이러니 사람들이 페니를 싫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단호하게 페니의 지위를 보호하고 있다.워싱턴의한 음식점주인은 5센트 단위로 받는 금전등록기를 들여놓았다가 재무부직원에게 적발돼 1천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그는 현재 페니를 거슬러갈 수 있는 조그만 돈통을 마련해 놓았다. 이것이야말로 페니가 쓸모없다는 생생한 증거다.세상에 어떤 통화가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계산대 위에 놓여진단 말인가. 이런 국가적인 치욕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화폐개혁을 통해 페니를 없애 버리면 된다.지금의 니켈(5센트주화)을 새로운 페니로,다임(10센트짜리)은 2센트로,쿼터(25센트짜리)는 니켈로 바꾸는 것이다.
화폐개혁 과정에서 20달러짜리를 당분간 4달러로 쓰자면 헛갈리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담배자판기에 쿼터주화 14개를 넣어 봤거나 빨래방에 갈 때마다 한 움큼의 동전을 챙겨야 하는 사람에게 화폐개혁은 전혀 불만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쓸모없는 돈인 페니를 그대로 쓰는 도리밖에 없다. 크리스토퍼 콜드웰 〈美 아메리칸 스펙테이터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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