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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감각은 춤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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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승전 2국>

○·박영훈 9단(1패) ●·이세돌 9단(1승)

제3보(37~47)=이세돌 9단은 37로 잡았다. 그러나 이 수는 ‘다음 한 수’의 정답은 아니다. 38의 급소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최선은 ‘참고도’ 흑1로 날아오르는 수였다. 백△ 한 점이 불안하지만 꾹 참고 한 번 더 공격하는 수. 백2엔 흑3으로 빠져두고 백4 달아나면 그때 비로소 5로 잡는다. 만약 백이 4로 달아나는 대신 5로 움직이면? 이 질문에 정답을 제시했던 김지석 4단은 “그건 그냥 머리만 젖혀도 안 되겠는데요” 한다.

사실 37보다는 ‘참고도’야말로 이세돌의 화려한 감각에 걸맞은 수순이다. 하지만 이건 감각이 잘 작동할 때의 얘기. 3번기에서 1승을 챙긴 뒤엔 어딘지 흐트러지곤 하는 이세돌의 약점은 39에서도 이어진다. 백은 어차피 40에 붙이게 돼 있고 그 다음 47까지 한 점 잡는 것까지가 예정 코스라면 39라는 돌은 구태여 이곳에 있을 이유가 있는가.

수읽기와 감각은 다르다. 감각은 춤춘다. 때로는 블루스로 때로는 탱고나 왈츠로. 어찌 보면 축구든 바둑이든 모든 경기, 모든 움직임의 기본은 ‘춤’이고 그 바탕은 유연성일 게다. 감각이라면 조훈현 이후 천하 제일로 꼽히는 이세돌이지만 37과 39는 살짝 헛발을 짚었다. 이날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군다나 47로 잡은 모습은 뒷맛이 나쁜 모양새다. 이를 응징하는 수순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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