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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큰시장 중국으로 가는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총리를 모시고 중국을 다녀왔다.모처럼 1년만의 해외여행이었다.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고위공직자들이 보다 자주 해외여행 기회를 가져야 하겠다.
일상업무에서 벗어나 해외출장을 가게 되면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국내에서 하는 일이나 국내사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귀국 후 보다 원숙한 정책을 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표현이 실감나는 여행이었다.중국정부는 우리일행에게 융숭한 대접을 했고 쌍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문제.다자간 문제에 있어서도 韓中간 긴밀한 협조관계가 유지되기를 희망했다.
과학기술분야에 있어서도 기초과학.해양.기후.환경 등 공동관심분야.첨단분야에서의 공동연구등에 합의했고,상징적 사업으로 산둥성(山東省)칭다오(靑島)에 韓中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20세기 1백년동안 거의 단절되었었다.1910년 韓日합방이래 1992년 외교관계가 회복될 때까지 韓中관계는 그 이전 수천년동안의 긴밀한 관계와는 달리 거의 단절되었었다.
그러나 두나라 관계는 역사.문화적인 특수성,경제적인 상호 보완성 등으로 92년 외교관계 회복이래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양국은 벌써 상호 제3의 교역국(중국입장에서는 미국.일본.홍콩.
대만.한국순이나 홍콩.대만과의 교역은 내부거래로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한국을 제3의 교역국으로 간주)이 되었고,한국과 비교적가까운 산둥성에는 1천개의 한국기업이,칭다오市 주변에만도 3백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었다.
양국은 자동차.전자교환기.항공기.고선명TV 분야에서 이미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논의하고 있으며 원자력 분야에서의 협력도 이야기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발전됨에 따라 우리에게는 새로운 어려운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즉 20세기 우리 대외관계의 축이었던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중국을 포함하는 3각관계(혹은 러시아를 포함하는 4각관계?)로 재정립하는 일 이 21세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대외경제.외교측면에서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중국.일본과의 관계,중국.미국과의 관계,일본.미국과의 관계가 모두 서로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중국은 일본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어 협력에 매우 소극적이고 미국과는 인권관계.대만문제.통상마찰 등으로마찰음이 계속되고 있다.일본.미국관계도 특히 통상문제를 둘러싸고 최근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느낌이다.이에 따라 한국은 서로 사이가 원만치 않은 막강한 세나라 와중에서 각각의 나라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그러나 위기는 항상 기회를 수반하듯이 이러한 어려움은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위치를 한단계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우리나라는 지금 역사상 처음으로 주변열강들과 대등하게 교역하고 국제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특히 역사적으로 수천년동안 한국에 큰 영향을 끼쳤던 중국이 한국의 경제발전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그 경험을 전수받기를 희망하고 있다.이러한 국제사회에서의우리 지위는 물론 국력이 바탕이 ■ 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아울러 문민(文民)정부 출범과 더불어 민주주의.인권문제등에 대한시비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또한 우리를 국제사회에서누구에도 꿀릴 것 없는 대등한 위치로 승격시켰다.
우리의 과제는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국력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고 민주제도를 더욱 발전.공고화시켜나가느냐 하는 것이다.귀국 직후 노사분규의 재연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19세기말과 마찬가지로 또 한번 내부분열로 국가도약의 기회를 놓치 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금할 수 없다.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면서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노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민주시대(民主時代)를 맞이해 집단별로 너무 각각 자기집착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크게 염려된다.모두 각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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