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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황장엽씨 살해 협박 철저히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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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겠다는 협박 유인물이 발견됐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탈북자 단체들은 "북한 민주화 운동을 방해하려는 김정일 추종자들의 비열한 공작행위"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아직 범인과 진상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이번 협박 유인물은 黃씨의 언동에 반감을 가진 측일 가능성이 크다. 黃씨는 인도적 차원 이외의 대북 지원을 해서는 안되며, 중국을 북한에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黃씨의 언행은 필경 이번 사건을 일으킨 측의 분노를 샀을 것이다.

만약 이번 사건이 북한 당국과 연계됐다면 마땅히 책임을 따지고 엄중히 항의해야 한다. 이러한 협박 행태는 순항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결정적 장애가 될 것임도 아울러 경고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북한과 연계된 것이라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미 1997년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로 귀순한 이한영씨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일이 있다. 이때도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했을 뿐 범인은 잡지 못했다. 이번에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한 점으로 보아 우리 대공 분야의 취약상태를 드러낸 것이다. 대공을 책임지고 있는 국정원을 포함한 관계기관은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黃씨에 대한 살해 위협은 우리 국민에 대한 위협이다. 자유를 찾아 귀순한 그를 우리는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를 허술히 다루었다가는 누가 한국 정부를 믿고 귀순할 것인가. 우리가 북한과 교류 협력을 갖는 것과 안보를 튼튼히 지키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이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이번 협박사건이 대북정책의 방도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갖고 있는 민감성을 명심해 온 수사력을 집중해 이른 시일 내에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黃씨는 물론 중요 귀순자들에 대한 경호업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