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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50km … F1 굉음이 ‘질주 본능’ 깨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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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구촌 최대의 자동차 경주 포뮬러 원(F1) 2008 시즌이 막을 올린다.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호주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11월 2일 브라질 그랑프리까지 8개월간 18라운드의 대장정이다.

F1은 모터 스포츠 중 최고의 기술과 기량, 인기를 자랑한다. 연 관중 400만 명, 시청자는 180여 개국 6억 명에 달한다.

‘F1의 타이거 우즈’ 루이스 해밀턴(23·매클라렌), 현역 최다 우승자 페르난도 알론소(27·르노), 지난 시즌 챔피언 키미 라이코넨(29·페라리)은 2008년 F1을 뜨겁게 달굴 우승 후보로 꼽힌다.

▶복수를 꿈꾸는 알론소

알론소와 해밀턴은 지난해 매클라렌에서 팀 동료였다. 수평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2005년과 2006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한 뒤 매클라렌으로 스카우트된 알론소는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였고 해밀턴은 F1에 첫발을 내디딘 애송이였다. 해밀턴은 알론소의 우승을 돕는 조력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해밀턴이 1인자 자리를 위협하면서 불화가 싹텄다. 알론소는 “영국계가 장악한 매클라렌 팀에서 영국인 해밀턴만 감싸고 돈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갈등은 스파이 파동으로 극에 달했다. 지난해 알론소는 매클라렌이 경쟁팀 페라리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증거를 폭로했다. 덕분에 매클라렌은 1억 달러(약 972억원)라는 스포츠 사상 최대의 벌금을 내야 했다. 알론소가 시즌을 마치고 친정팀 르노로 복귀한 것은 당연한 수순. 알론소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해 겪은 어려움으로 더 강해졌고 챔피언에 복귀할 자신이 있다”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해밀턴의 적수는 해밀턴뿐

해밀턴은 F1 무대를 밟은 첫 흑인 드라이버다. 백인 스포츠였던 골프계에 폭풍을 일으킨 흑인 타이거 우즈처럼 해밀턴도 신인이던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다. 마지막 레이스에서 5위 이내에만 들면 2007년 우승이 확정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7위로 미끄러지며 우승컵을 놓쳤다. F1 사상 처음으로 데뷔 첫해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기량은 충분히 인정받았고 올해는 더 강해졌다. 지난해보다 F1 서킷(경기장)에 대한 경험이 축적됐고 매클라렌의 머신(경주용 자동차)과도 친숙해졌다.

알론소를 쫓아낸 매클라렌은 해밀턴과 5년 계약을 맺으면서 수퍼스타로 키우고 있다. BBC방송은 그의 연봉을 1000만 파운드(195억원)로 추산한다. 해밀턴의 새 짝으로는 르노에서 2007 첫 시즌을 마친 헤이키 코발라이넨(27)을 선발했다. 간판 스타 해밀턴에 대한 철저한 배려이자 기대를 엿볼 수 있다.

▶‘아이스맨’ 키미 라이코넨

팬들은 해밀턴과 알론소의 애증 드라마에 열광했지만 2007 챔피언 자리에 선 주인공은 ‘아이스맨’이라는 닉네임을 단 라이코넨이었다. 그는 “(우승을 차지했다고) 내가 기쁘거나 만족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지난해보다 조금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할 뿐”이라고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생애 두 번째 우승을 향해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는 자동 제어장치 트랙션 컨트롤 사용이 제한돼 드라이버의 기량이 한층 중요해졌다. 올해 새로 추가된 싱가포르 그랑프리(9월 28일)는 F1 사상 처음으로 야간에 펼쳐져 관심을 모은다. MBC ESPN은 16일 오후 5시부터 호주 그랑프리를 중계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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