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앙이 아닌 역사로 본 ‘예수 참모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이집트에 있는 기독교 최초의 수도원 안토니 성지를 찾아가는 도올. 사막에 중동전쟁의 잔해가 뒹굴고 있다. [사진=임진권 기자]

중앙일보 기자로 있는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가 기독교 관련 책 두 권을 또 펴냈다. 『도마복음이야기1』과 『큐복음서』(통나무출판사)다. 그는 지난해 『요한복음 강해』 『기독교 성서의 이해』를 펴낸 바 있다. 동양철학자로 유명한 그가 두 해 만에 기독교 관련서를 네 권이나 발표하게 됐다.

도올은 어려서부터 기독교에 익숙했다. 모태신앙으로 출발한 그는 이후에도 기독교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197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집중적으로 시작한 자료수집과 연구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두 책의 소재인 ‘도마복음’과 ‘큐복음’은 19세기 초반 이래 서양 신학·철학계에서 가장 심층적으로 논의되고 연구돼온 분야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자료다. ‘도마복음’과 ‘큐복음’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독교가 세계적 종교로 발전하기 이전에 예수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부처가 불교 신자가 아니고, 공자가 유교 신자가 아니었듯이, 도올은 기독교라는 세계적 종교가 성립하기 이전의 ‘역사적 예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것은, 사도들의 믿음 이전의 예수를 믿는 것이며, 그것은 역사적 예수의 말씀을 믿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바로 그 역사적 예수의 말씀만을 모아놓은 것이 ‘큐복음’이다. 당초에는 ‘큐자료’로 불렸다.

‘도마복음’과 달리 ‘큐복음’은 유물로 발견된 별도의 책자가 아니다. 현존하는 신약성서 속에 그 내용이 이미 다 들어 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가운데 “예수께서 가라사대”로 시작하는 예수의 어록만을 뽑아내 편집한 것이다.

‘큐복음’의 역사는 19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38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의 철학·신학 교수였던 크리스티안 헤르만 바이세(1801∼66)는 신약성서 속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공통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엔 마태와 누가가 마가복음만을 참고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을 기술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마태와 누가는 마가복음 이외에 또 하나의 필사자료를 가지고 있었음을 입증해낸 것이다. 이를 ‘자료’에 해당하는 독일어인 ‘크벨레(Quelle)’의 첫 글자를 따서 ‘큐(Q)자료’라고 불렀다.

공자의 『논어』가 ‘공자왈’로 시작하는 어록이듯, ‘큐자료’는 “예수 가라사대”로 시작하는 어록인 것이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큐자료’는 독일 신학에서 출발한 하나의 가설에 불과했다.

가설이었던 ‘큐자료’를 ‘큐복음’으로 격상시킨 유물은 1945년 12월 이집트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 지역의 절벽 바위 밑에서 발견된 ‘도마복음’이었다. ‘도마복음’의 내용이 ‘큐자료’처럼 예수의 어록으로만 구성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공통된 내용도 35%에 달했다. 이후 ‘도마복음’과 ‘큐복음’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세계 신학계의 주요 테마로 부상했다.

도올은 “도마복음과 큐복음에는 예수의 탄생·수난·죽음·부활, 그리고 이적과 관련된 내용은 없고 지혜의 담론만으로 가득 차 있다”며 “바울이 전도여행을 했던 시기에 큐복음서를 만든 사람들도 바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예수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도마복음이야기1』은 저자가 중앙일보 자매지인 ‘중앙SUNDAY’ 에 지난해 5월 6일자부터 연재해온 내용을 수정 보완해 펴낸 것이다. 우선 올해 1월 27일자 ‘중앙SUNDAY’에 실린 내용까지를 모아 단행본으로 묶었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연재물은 후속 편으로 간행될 예정이다.

도올은 “도마복음 이야기가 ‘중앙SUNDAY’라는 언론의 보편적 장을 통해 광범한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연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한국 기독교가 성숙한 지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큐복음서』는 도올이 ‘큐복음’을 번역·해설한 것이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임진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