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중국’ 세계에 알린 AP 특파원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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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서 70년 이상 현역 기자로 활약해온 존 로더릭(사진)이 11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자택에서 심장질환과 폐렴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93세.

1929년 15세 때 지역신문인 ‘더 센티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37년 AP통신에 합류했다.

40년대 중반 특파원으로 중국에 갔던 로더릭은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펑더화이(彭德懷)·장칭(江靑) 등 공산혁명의 주역들을 만났다. 그들의 본부였던 옌안(延安)에서 7개월간 함께 생활하며 쓴 인터뷰 기사로 명성을 떨쳤다.

그 뒤 공산정권 수립과 문화혁명·개혁개방 등 중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세계에 알렸다.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는 “외국 언론을 향해 중국 사회의 ‘문’을 열어준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중국 외에도 요르단·일본·영국·프랑스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특종기사를 썼던 로더릭은 한 달 전까지도 일본에서 AP통신에 실릴 기사를 작성하는 등 생의 마지막까지 현역 기자로 활동했다.

톰 컬리 AP통신 사장은 “그는 용감한 기자이자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며 “항상 후배들의 의욕을 북돋워줬던 그의 빈자리가 무척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애도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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