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다-심장 6’ - 권혁웅(1967~ )
젖은 손으로 일출을 보듬은 적 있나
근시가 가늠한 저 밖의 울혈을 긁어모아
오목한 손바닥에 담아 본 적 있나
온몸을 돌아 나가는 유리 조각들이
여기 모여 섬과 섬 사이 경계를 이루었으니
내 몸의 울돌목은 하루에 두 번,
다도해 섬들을 보듬으며 뒤척였으니
목젖 깊숙이 낚싯줄을 드리운 적 있나
젖은 무게를 감당한 적 있나 그예
석류처럼 탁 터지고 마는
수박처럼 쩍 갈라지고 마는
누가 밤새도록 수평선에서 뒤척이고 있는가. 누가 외롭게 깨어 몸에 울혈을 쌓고 있는가. 누가 근시의 사랑으로 먼 수평선의 울혈을 긁어 모으고 있는가. 누가 오목한 심장에 담아내고 있는가. 누가 오목한 손바닥 같은 심장을 꺼내 하늘에 들어올리는가. 누가 일출을 보는가. 누가 울돌목처럼 하루에 두 번 우는 심장의 젖은 무게를 섬인 듯 만지고 가는가.
<박형준·시인>박형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