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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알기 어디까지 왔나-정보수집 차원넘어 학문적 연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우리의 북한연구는 한 학문분야로서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급격한 북한의 정세변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의열망등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내적으로 북한사회의 열악한 모습을 선전함으로써 남한체제를 유지하는데 이용하고,對북한관계에서는 첩보나 정보수집의 단순한 차원에서 시작된 초창기의 북한연구는 학문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못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북한연구에 인적자원을 집중적으로투입한 게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학계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북한사회에 대한 정보수집과 연구를 구분하지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정부기관이나 일부 대기업에서는 많은 양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 정보들이 매우 다양하고 때로는 상반된다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일관성 있는 틀 속에서 분석하는 것이 모든 지역연구의 기본이고 수년간 한 분야에서 철저한 방법론을 통해 연구를 계속한 전문가만이 이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90년대는 북한연구의 성장기 또는 정착기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1년4월 통일원 산하에 설립돼 현재 45명의 박사급 연구요원을 북한연구에 투입하고 있는 민족통일연구원(원장 李秉龍)은 북한연구의 질적 발전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민족통일연구원은 지난 5년동안 18편에 달하는 세미나시리즈와1백여편의 연구보고서등을 통해 연구를 축적해 왔으며 이같은 왕성한 활동으로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소중한 분석의 기초를 제공해왔다. 통일에 대한 기대와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대학에도 북한학이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동국대는 지난 94년 2월 북한학과(학과장 高有煥교수)를 개설했고 명지대도 올 2월에 북한학과(학과장 裵成東교수)를 열어 신입생을 모집했다.학부과 정에서북한학부를 설립한 대학은 국내 두 대학이 유일한 경우다.
대학원 중에서는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이 90년3월 최초로 북한학과를 개설했으며,경남대 행정대학원.숭실대 통일정책대학원.동국대 행정대학원등 모두 4개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부설 통일관계연구소는 무려 65개에 달해 양적으로 급격히성장한 경우이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연구활동이 미미하다는 비판도만만치 않다.
북한에 대한 연구모임도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90년2월 창립된「북한연구회」를 비롯해 교수와 대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통일경제연구회」,순수 연구자들의 토론장으로「북한연구포럼」등의 활동이 두드러진다.이같이 진일보한 북한연구가 통일시대에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효용가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연구의 축적과 심화를 지속적으로 장려해야 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
〈趙泓植기자.政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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