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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삶의 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7세기 유럽인들의 섹스관을 보면 내심으로는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겉으로는 냉소적이었다.이것이 1700년대들어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성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게 되면서 「성욕이란 인간의본능」이란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즉 인간본성은 본래 선하기 때문에 사랑과 섹스의 충동도 흠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오히려 권장할만하다는 주장이었다.심지어 데이비드 흄같은 사상가들은 애정과 성욕이야말로 인간사회의 바탕이란 논조를 펼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개방적인 사고방식도 사회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은 가운데 제기되었기 때문에 부유층 남자들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섹스산업의 번창만 불렀을 뿐이다.신부는 여전히 처녀여야 했으며 여자는 결혼해서도 정절을 지켜야 했다.
부유층 남자들에게 국한되었던 리버럴한 시각은 1790년대 들어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보수주의적 섹스관을 부추긴 요인은 복음주의의 전파와 중산층의 금욕주의적 경향,토머스 맬서스의『인구론』등이었다.특히 산아제한을 하지 않을 경 우 인구증가율이 식량증가율을 크게 앞질러 기아와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충격적내용을 담은 맬서스의 『인구론』은 임신의 과정이나 피임방법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는 곧바로 「섹스는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메시지였다.20세기 에 접어들면서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왜곡된 섹스관이 교정되기 시작했다.헤이블록 엘리스같은 학자들이 나서서 성행태와 성욕은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극히 정상이라는 주장을 개진하기 시작했다.이를 계기로섹스가 과학적인 연구대 상속에 편입된 것이다.
〈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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