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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만 찍는 과속감시 무인카메라 운전자 오리발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26일 오후 서울 K경찰서 교통관리계 사무실.
30대 남자가 무인감시카메라가 잡은 속도위반차량의 사진을 들고있는 교통경찰관에게 큰 목소리로 『차량번호를 보니 내차인 것은 틀림없는데 당시 차를 몰지않았다』고 항의하고 있었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이처럼 무인감시카메라가 찍은 속도위반 차량의 사진을 놓고 「제한속도를 위반했다」「차를 운전하지 않았다」는 시비가 끊이지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인감시카메라에 과속으로 적발된 차량은 9만4천여건으로 이중 68%정도인 6만3천여건만 운전자가 과속을 시인,3만원의 범칙금을 냈다.서울시 번호판으로 적발된 차량은 2만4천여건이었으나 이가운데 50%에 채 못미치는 1만1천여건만 운전자가 범칙금을 납부했다.
범칙금을 내지않은 차량중에는 이사를 가거나 차를 처분,소재추적이 불가능한 경우도 일부있지만 차주(車主)가 무인감시카메라의사진을 속도위반 증거로 인정하지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특히 여러명의 운전자가 교대로 운행하는 회사차량의 경우 당사자가 발뺌하면 위반사실을 입증하기가 더욱 힘들다.
현행 도로교통법 15조(자동차등의 속도)3항은 「자동차등의 운전자는 최고속도를 초과하거나 최저속도에 미달하여 운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있다.무인감시카메라가 잡은 속도위반 차량사진에는 번호판과 차체앞부분만 찍혀있어 차주가 아닌 운전행위자에게책임을 묻는다.따라서 사진추적에 출석요구서를 받은 차주가 「나는 그런 사실이 없다」「당시에 누가 운전했는지 모르겠다」고 발뺌할 경우 범칙금을 물리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일선 경찰서 교통경찰관들은 『단속된 차량의 차주에게 출석요구서를 3회 보내고 응하지 않을 경우 소재수사를 해야하나 인력부족으로 사건을 종결해 버린다』고 말했다.
교통 경찰관들은 『차주들이 법규의 허점을 이용,단속망을 피해나가는 한 교통법규위반 단속을 위한 무인감시카메라는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당 7천만원인 과속.신호위반단속 무인감시카메라는 전국에 45대,서울시내에는 88올림픽대로.노량대교.도심등에 12대가 설치돼 있다.
경찰청은 올해 추가로 무인감시카메라 2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계 李용수경감은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현행제도를 차량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통전문가들은 차량번호와 차체 앞부분만을 찍는 무인감시카메라의 기능을 운전자 촬영이 가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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