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어린이프로 홀대-시청자 시민본부,모니터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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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TV브라운관에서 어린이프로가 「실종」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TV시청시간이 날로 늘고 있는 추세와는 반대로 어린이대상 프로의 방송시간은 급격히 줄어 어른들의 시청률 경쟁때문에 어린이 프로가 희생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4~5월에 실시된 방송3사의 이번 봄철 개편에서 어린이 시간대 프로가 대폭 줄었는가하면 MBC.SBS의 경우 자체 제작한어린이프로(유아프로 제외)는 단 한편도 없이 수입만화로만 시간을 메우고있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21일 이번 봄철 개편에 따른 방송3사의 어린이 프로 모니터결과를발표하는 한편 『어린이프로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시급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번 봄철 개편결과 3개 방송사 어린이시간대 프로는 개편이전1천5백15분에서 1천3백15분으로 2백분이나 줄었다.전체 어린이 프로에서 자체 제작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21%밖에 되지 않아 현재 어린이 프로는 만화영화를 제외하고는 KBS2 일일퀴즈 프로 『퀴즈로 배웁시다』,KBS1 『동물의 세계』와 외국필름 구성물 『TV여행 먼나라 이웃나라』가 전부인 셈이다.
MBC는 주2회 50분 방송하던 2편의 자체제작 프로 『만나요 TV 친구들』『명탐정 추리교실』을 폐지함으로써 어린이프로 방송시간을 개편이전 3백분에서 2백20분으로 줄였다.SBS도 주4회 방송하던 『세계로 싱싱싱』과 주1회 방송하 던 『우리끼리 또래끼리』를 폐지,개편이전 전체 4백5분에서 2백50분으로축소했다.
특히 MBC와 SBS는 어린이시간 전부를 자체 제작물없이 미국.일본의 만화영화로만 채우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MBC의 어린이 방송은 2백20분 전체가 미국만화영화 2편,일본만화영화 1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SBS의 어린이 프로는 일본만화영화 3편과 미국만화영화 1편이 차지하고 있다.따라서 KBS1 『2020 우주의 원더키디』와 KBS2 『꼬비꼬비』등 단 2편만이 국내만화영화다.이들 만화영화의 경우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온 폭력성 문제는 다소 완화됐으나 외국만화 일색에 따른 문화정체성 결여와 순정만화로 인한 성차별적요소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어린이프로를 홀대하는 이유는 어린이 프로에대한 방송인들의 책임의식이 크게 부족한데다 최근 공중파방송이 CCTV와의 시청률경쟁에서 시청자반응이 쉽게 눈에 띄는 코미디,드라마등 10대와 성인을 상대로한 오락프로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백미숙간사는 『우리 어린이 문화를 가꾸고 문화정체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과학.
스포츠.토론참여 프로등으로 어린이 프로를 다양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 프로의 비중을 늘 리고 공중파방송에서도 자체 만화영화를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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