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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현장] 7. 목포에서 DJ가 출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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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과 김홍일(金弘一)의 후계자 대결-. 전남 목포 유권자들이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흔히 하는 말이다.

"어떻게 대통령을 했던 양반이 아들의 후계자하고 다시 총선에서 맞붙는단 말이여-"

▶ 지난 4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여에 걸쳐 열린 목포지역 후보 공개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6명의 후보들이 각자 출마변을 밝히고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목포항 어시장 아낙네들은 파안대소하며 이같은 진한 농담을 주고 받는다. 몇몇은 '부자(父子)대결이 볼만 허것구만'하며 너스레를 떤다.

정말로 DJ와 그의 아들이 맞붙는다는 얘긴 아닐테고. 기실은 열린우리당 공천자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름과 한자가 똑같다. 또 김홍일 현 민주당의원이 지난달 17일 목포지구당 출마를 양보하고 전국구 진출을 밝힘에 따라 김심을 붙잡으려는 6명의 후계자(?)들이 민주당 공천확보를 위해 몸을 불사르고 있다. 이같은 형국을 두고 목포주민들은 '부자대결'이 아니냐며 오히려 반기는 표정이다.

전남 목포 유권자들은 목포가 광주 못지않게 민주화의 성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총선을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전남지역에서 민주당을 앞질러도 이곳만은 민주당이 우세를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좀 과장하면 목포에선 아직도 민주당 공천 확정이 곧 여의도 국회의사당 직행코스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같은 민심때문에 오는 12일로 예정된 민주당 목포지역구 공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에는 쟁쟁한 후보 6명이 신청을 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처음 시행되는 이번 국민참여경선은 민주당원 1천5백명과 목포지역 유권자 1천5백명등 3천명이 참여해 후보를 뽑는다.

경선에 앞서 목포지구당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4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여에 걸쳐 후보 공개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6명의 후보들이 각자 출마변을 밝히고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구당 상무위원회 최형주 의장은 "민주화의 성지 목포에서 가장 민주적인 후보경선을 실시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본받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최기동 전 김홍일의원 보좌관(54)은 일단 김홍일 의원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출마직전까지 김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목포지구당 사무국장을 맡았다.

"나가 지난 13년간 김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모셔브렀소. 이만허면 김의원 맘이 어디 있는지 다 아실것 아니오. 목포시민들이 김의원에 대한 지지가 나한테 올 수 밖에 없을거시오."

투박한 사투리를 계속됐다.

"국회의원이 되면 우선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지을 생각이오. 얼마가 국가적으로 영광이오. 그런데 DJ의 정치적 고향에서 기념관 하나 없으면 쓰겄소. 또 목포에 전남 도청을 짓고 있는디 아직 부속기관들의 입주가 결정안됐응께 빨리 이들 기관들을 유치해 목포가 자타가 공인하는 전남 서남권의 중심도시가 돼야지라."

정영식 전 행정자치부차관(58)은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진 자신이 목포를 대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내무부에서 관료생활을 시작한 그는 여천,무안,광양군수를 거쳐 나주시장, 광주시 부시장,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등을 거쳐 국민의정부시절에 행자부 차관을 지내며 DJ와 교감을 넓혀온 인물.

때문에 그의 공약은 비젼을 중시한다.

"목포가 서해안 중심도시로 우뚝서야 합니다. 특히 중국 상해와 청도와 교류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큰 만큼 상해에 견줄수 있는 서해안 물류중심지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더구나 17대 총선은 인물위주의 선거일 수 밖에 없는데 목포에서 그만한 행정경험과 비젼을 가진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정후보의 인재론에 이상열 변호사(52)도 동참했다. 그는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합격하고도 목포 YMCA에 몸을 담고 십년이 넘게 시민운동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때문에 최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타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누르고 있는 만큼 후보낙점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결과를 근거로 여론조사에 의한 국민경선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민주당의 행사인 만큼 당원들의 의견도 중요해 당원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구당의 의견을 수용했다.그는 현재 목포시변화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다만 그는 고등학교를 목포에서 나오지 않고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해 지연의식이 강한 목포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목포지역의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투자유치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DJ정부시절 복지.노동수석과 보훈처장관을 지낸 김유배 후보(61) 역시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후보자중 가장 높은 위치에서 국정을 경험한 만큼 목포의 발전을 위해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 총동문회장인 이광래후보(58)는 40여년동안 목포를 한번도 떠난 적이 없는 정통 토백이가 목포를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유권자들의 표를 호소하고 있다. 재야운동권 출신인 양지문 후보(48)는 목포의 물류관광중심지 육성이나 경제발전등 천편일률적인 공약보다는 '21세기에 맞는 목포인재양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독재투쟁 역사는 이제 과거사가 된 만큼 진정한 지역 인재를 키워 폭포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5.18 구속자동지회 부회장을 지냈고 7년동안 권노갑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민주당 후보에 맞설 열린우리당의 후보는 김대중씨(45).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그는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의 매제이기도 하다.

민주당 바람이 거의 태풍에 가까운 목포에서 그는 의외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DJ와 김홍일 의원의 영향력이 새파랗게 살아있는 목포에서 출마한다는 게 무리 아닌가.

"아니다. DJ의 정치적 사상과 뜻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에도 그대로 스며있다.때문에 이번 총선은 당 보다는 인재중심의 선거가 될 것이다."

-인재론으로 이길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 자신에 대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그 지지도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20대와 30대,40대까지는 확실히 민주당 후보에 이길수 있다. 문제는 50대 이상의 맹목적인 민주당지지다."

-문제는 젊은층의 투표율이라는 얘긴가.

"그렇다. 따라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히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펼칠 것이다."

-그래도 민심은 아직도 민주당 후보인것 같던데.

"말로만 그렇다. 막상 선거하면 인물중심으로 찍을 것이다."

-김홍일 의원이 나와도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었나.

"인간적으로 그렇수는 없다. 수년동안 그분 보좌관도 했는데 어떻게 그럴수 있나."

-선거공약은.

"교육과 일자리창출이다. 목포은 계속인구가 줄고 있다. 교육여건과 일할 곳이 없어서다.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해 전문가적 안목이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한다. 따라서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시민들에게 말할 것이다."

-천의원과의 인척관계가 도움이 되나.

"민주화운동중에 천의원 여동생을 만나 결혼했다. 그분 성격 칼이다. 원칙주의자란 얘기다. 이런 점에서 많이 배운다."

-김대중이라는 이름이 도움이 되나.

"당연하다. 시의원이 될 때 무소속으로 됐는데 당시로선 민주당 간판없이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유권자들이 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연계해 생각하기 때문에 홍보효과가 있다."

혹시 궁금할 수 있겠다. 목포에도 한나라당 후보가 있냐고. 없을 거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골수 한나라당 후보가 있었다.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인 배종덕씨(59세). 그는 5일 한나라당에서 전국구 신청을 했다.

그는 MBC PD와 삼성생명 이사를 거쳐 현재 서울에서 (주)S콤 이라는 TV CF광고대행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1987년 김영삼대통령 권유로 당시 통일민주당에 입당,1988년 목포에서 출마했고 이어 민자당, 신한국당,한나라당 후보로 지금까지 4번이나 목포에서 출마했다. 물론 결과는 뻔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는 한나라 간판을 달고도 8%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왜 갑자기 전국구 신청을 했나.

"한나라당에서 전라도에 전국구 한명 배정한다기에 했다. 전라남도에서 한명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국구 안되면 이번에는 출마안하나.

"무슨 말씀, 출마한다. 다만 하나라당 간판을 안쓰고 무소속으로 나올 생각이다."

-갑자기 왜 무소속으로.

"한나라 간판으로 나와 되겠나. 이번에는 한나라 간판 안 쓴다."

-예전에도 안될 생각하고 나온 것 아니었나.

"그땐 여당이었잖아. 지역이 발전할려면 여당후보가 돼야지 실질적인 발전이 있어."

-이번엔 자신있나.

"물론 있다. 지금까지 여당후보로만 4번을 출마했기 때문에 정부부처에 나만큼 관리들을 잘아는 사람이 없다. 때문에 목포가 벌여놓은 국책사업, 예컨대 대불공단, 목포국제공항, 전남도청이전문제등을 마무리하기에는 내가 최적임자다."

출마자들은 자기 입맛대로 말을 하니 그러려니 하고 목포민심은 어떤지 궁금했다.

먼저 목포항 어시장에서 30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이만복 할머니(62)의 말.

"당은 모르것고 아따 우리 김다중 대통령을 생각해야지라. 머 김홍일의원 찍어야지라."

목포역앞에서 만난 박상호(23.인테리어업)은 좀 달랐다.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김대중대통령하고 다 관계있는 것 아닌가요. 사람이 중요하죠. 누가 능력이 있는지 보고 결정할랍니다."

목포항 어부 김대업(38)씨는 "이것저것 필요없고 고기많이 잡을 수 있게 해준 사람을 찍어야 것소"

그게 무슨뜻이냐고 하자 "나도 모르것지만 DJ대통령 됐응께 이젠 진짜로 일 잘한 사람 찍어야않컸소."

목포=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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