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6ㆍ여)씨 일가족 4명의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한 남자가 김씨의 아파트 폐쇄회로(CC)TV 화면에 대형 여행용 가방을 세 차례 끌고 나가는 모습이 찍혀 경찰이 분석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CCTV화면의 일부.<마포경찰서 제공> (서울=연합뉴스) 마포경찰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연쇄살인은 이씨의 내연녀 김모씨(46·여)와 김씨의 둘째, 셋째딸이 귀가한 지난달 17일 오후 5시께부터 이씨가 사체를 담은 대형 가방을 싣고 나간 18일 오전 9시56분 사이에 이뤄졌다.
17시간만에 세 모녀를 살해한 뒤 신촌에서 친구들과 놀던 큰 딸(22)마저 불러들인 뒤 19일 새벽 무렵 4번째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후 이씨는 김씨 소유의 SM5 승용차를 몰고 선친의 묘소가 있는 전남 화순 동면 모 교회 공동묘지로 향했다. 4명의 사체를 싣고 350km 가량 떨어진 곳으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동하는 동안 이씨는 단 한 차례의 검문검색도 받지 않았다.
일가족 4명을 차례로 살해한 것도 모자라 3∼4시간 가량 차량이 싣고 다닌 이씨의 엽기적인 행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씨는 선친의 묘소에 도착한 지 몇시간 후 화순의 한 근로자 대기소로 전화를 걸어 "선친의 묘소에 비석을 세우려니 인부를 구해달라"고 요구한 뒤 오전 8시께 화순읍 K병원 앞에서 유모씨(46) 등 인부 3명을 만났다. 인부들은 합승을 요구했으나 이씨의 거절로 각자의 차량을 이용, 묘지로 향했다.
유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뒷좌석에 옥장판을 넣어 두는 긴 가방처럼 보이는 물건이 쌓여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체 4구와 범인, 아무 것도 모르는 고향 인부 3명이 함께 암매장지로 향한 것.
유씨 등은 이후 이씨의 요구대로 삽과 곡괭이를 이용해 세로 2m, 폭 1.2m, 깊이 1.5m 크기의 구덩이를 파준 뒤 수고비로 각자 7만원씩을 받았다.
이틀만에 연쇄 살인에 암매장까지 '무사히(?)' 마친 이씨는 곧바로 호남고속도로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거쳐 20일 오후 8시께 대범하게 서울 마포구 김씨의 집을 다시 찾아 범행 차량을 버젓이 주차시킨 뒤 유유히 사라졌다.
앞서 오후 4시께에는 이미 숨진 김씨가 운영하던 일식집에 전화해 '주말에 식당을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완전 범행을 꿈꾸던 이씨는 그러나 실종 당시 정황과 주변인 수사, 김씨와 큰 딸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범행 20일만에 유력 용의자로 공개수배되면서 한강 투신 자살로 끔찍한 연쇄 살인극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었다.
경찰 관계자는 "4명의 사체를 한 대의 차량에 싣고 장시간 이동한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보기 드문 엽기적 사건"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