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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000억원 투입 중국판 ‘카길’ 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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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의 대표적 농업식품기업인 신시왕(新希望)그룹의 류융하오(劉永好·56·사진) 회장은 최근 “회사를 미국계 카길 같은 다국적 농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대형화를 통해 ‘중국판 카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류 회장의 야심 찬 계획은 이미 시작됐다. 농식품 분야에 50억 위안이 투자됐다. 향후 5년간 50억 위안이 추가 투자된다. 모두 100억 위안(약 1조2000억원) 을 농식품사업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 돈은 우선 지방의 양돈·양계 기업을 사들여 대형화하는 데 쓰인다. 2005년엔 산둥(山東)성 최대 가금류 가공업체인 류허(六和)그룹을 인수했다. 이 업체의 연간 매출은 270억 위안에 이른다. 산시(陝西)·산시(山西)·허베이(河北)성의 대형 육가공업체들과도 제휴했다.

민성(民生)은행과 손잡고 농민을 상대로 담보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도 설립했다. 주로 영세 양계·양돈 업체를 상대로 대출을 해줘 이들 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동남아 지역에 현지 자회사를 세워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한 상태다. 이런 계획이 자리를 잡는 2013년께엔 글로벌 농업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게 목표다.

류 회장은 “13억 명이 우리 회사가 생산한 닭고기를 1년에 한 마리 이상씩 먹도록 만드는 것이 첫 목표”라고 말했다. 닭고기 가공 능력을 5년 안에 연간 13억 마리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기도 한 류 회장은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나 이 같은 구상을 전달했다. 중국 정부의 측면 지원도 예상된다. 신시왕그룹의 이런 움직임을 미리 간파한 곳은 일본 기업이다. 일본의 간판 무역업체인 미쓰이(三井)물산은 류허그룹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HSBC·씨티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도 신시왕그룹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류 회장은 1979년 쓰촨(四川)성에서 1000위안(약 12만원)으로 노점상을 차린 뒤, 신시왕그룹을 일궈낸 신화적 인물. 메추리 사육 사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었고 이를 종자돈 삼아 가축 사료생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10여 개 자회사의 연간 매출은 400억 위안(4조8000억원). 5억 마리의 닭고기 가공 능력을 갖춘 최대 양돈기업인 첸시허(千喜鶴)는 베이징 올림픽 대회의 공식 닭고기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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