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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 이소연, 우주인 교체 … 발사 한달 앞두고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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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인 출신 첫 우주인 후보가 고산(32)씨에서 여성인 이소연(30)씨로 전격 교체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훈련 중인 고산씨가 훈련 교재를 무단 반출하는 등 규정을 여러 차례 어겨 예비 우주인으로 함께 훈련받던 이소연씨로 교체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씨가 고씨 대신 다음달 8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게 됐다.

고산씨의 중도 탈락은 훈련 도중 여러 차례 부적절한 행동을 해 경고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중순 반출 금지된 훈련 교재를 실수로 자신의 개인 물품과 함께 싸 한국의 집으로 부쳤다가 경고를 받았다. 교재는 급히 회수했다. 지난 2월에는 우주선 조종사만 볼 수 있는 훈련 교재를 빌려 보다 적발돼 재차 경고를 받았다. 또 지난해 면회 온 가족과 여자 친구에게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의 제한 구역을 구경시켜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고산씨가 조종사의 훈련 교재를 빌려 본 것은 열심히 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본인도 규정 위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이상목 국장은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고산씨의 잦은 실수와 지시 불이행은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선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고산씨를 교체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해 왔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0일 오전 한국우주인관리위원회를 열어 러시아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우주선에 탑승키로 한 우주인이 교체된 사례는 있었지만 자질 시비로 바뀐 건 드물다. 이에 따라 1년6개월에 걸친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도 고씨의 자질 검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1989년 일본 TBS방송국 기쿠치 료코는 탑승 닷새 전 복막염을 앓아 예비 후보인 아키야마도요히로가 대신 우주선을 탔다.

이상목 국장은 “탑승 우주인이 바뀌었다고 우주인을 배출해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만일에 대비해 이소연씨도 똑같은 훈련을 동일한 강도로 받아 온 덕분이라는 것이다.

7일부터 러시아의 탑승 우주인팀과 함께 훈련에 참가한 이씨는 18일까지 종합훈련을 마치고 26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루 우주기지로 이동할 계획이다.

그는 다음달 8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올라갔다가 19일 귀환한다. 귀환 캡슐에는 미국인 여성 우주인 페기 윗슨이 탑승할 예정이어서 귀환 우주인 셋 중 두 명이 여성이라는 기록도 남기게 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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