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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의인물탐험>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사람들의 삶에는 두가지 요소가 교직된다.행동으로 사는 삶과 상상력으로 사는 삶.두 방식의 삶은 시기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진다.유년에는 상상력으로 사는 삶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성년이 되면 행동으로 사는 삶에 의지한다.그러다 가 노년에 이르면 다시 상상력으로 사는 삶으로 돌아간다.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일상의 많은 날들을 보내게 된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행동으로 사는 시기를 밀림에서 수아르족 인디언들과 지낸다.나이가 들어 화살이 과녁을 빗나가게 되자 숲을 떠나 백인들 마을로 내려온다.
백인들 마을 한 쪽에 움막을 짓고 강가의 물고기를 잡아 먹으며 살때에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사실을 생각해낸다.그때부터 그는 연애소설들을 읽기 시작한다.「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절망적인 사랑,그리고 행복으로 이어 지는 이야기」들을. 「아마존 강가에 혼자 사는,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말 속엔 이미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왜 읽는가,왜 연애소설인가,왜 노인인가.
노인은 밥 먹을 때와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틀니를 끼지 않는다.그는 한 자,한 자 음식을 먹듯 연애소설을 읽지만 글을 쓸줄은 모른다.말을 아끼는 사람,글을 쓰지 않는 사람,그럼에도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그가 다른 어떤 책도 아닌,바로 「연애소설」을 읽는 데 유의해야 한다.그는 『기하책은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역사책은 거짓말의 연속』이라고 판단하다.인간과 자연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는 「사랑」이라고 믿는다.
이 소설의 기둥 줄거리는 거듭 살인을 저지르는 암살쾡이를 찾아 노인이 밀림을 탐색하는 과정이다.암살쾡이는 자기 새끼들을 죽인 인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노인은 강가에서암살쾡이를 만나 암살쾡이의 요청에 따라 부상으로 신음중인 수살쾡이를 죽여주고,마지막으로 암살쾡이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그 과정에서 노인은 암살쾡이와의 깊은 교감,자연의 본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결국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 제시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에대한 사랑이다.인간도 자연의 일부며,그러므로 인간성을 회복하는것이 자연을 보존하는 길이라는 사실이다.그 노인,안토니오 호세볼리바르는 21세기를 향해 가고 있는 물질문 명의 시기에 환경과 더불어 파괴되는 인간성에 대한 경종을,말과 정보의 시대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한번에 제시하는 인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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