聯政참패 예상뒤집은 벨기에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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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일 실시된 벨기에 총선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집권 중도좌파 연정(聯政)이 무난히 승리,차기정부를 이끌게 됐다.
장 뤼크 드하느 총리가 이끄는 기민.사회당 연정은 올초부터 불거진「아구스타 스캔들」로 참패를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 당초의지배적 관측이었다.
전형적 정치권 수뢰사건인 이 스캔들은 지난 88년 이탈리아 아구스타社가 벨기에軍에 전투용 헬리콥터 46대를 납품하면서 당시 네덜란드어권 사회당 간부들에게 1백50만달러를 뇌물로 제공했다는 것이 골자.수사가 진행되면서 전.현직 각료 5명이 구속됐으며, 빌리 클라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사무총장등 사회당 핵심간부들이 대부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이 사건은 벨기에정치권의「태풍의 눈」이었다.
그러나 투표결과 네덜란드어권 사회당이 예상외로 선전,현재의 기민.사회당 정권이 그대로 집권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예상과 달리 아구스타 스캔들이 유권자들에게는 별반 영향을끼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수뢰자금이 정치인들 의 개인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정치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극우파의 발호에 따른 사회혼란을 우려하는 벨기에의두터운 중산층이 정권의 변화를 원치 않는 안정희구 세력으로 작용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특히 국민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드하느 총리가『경험있는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낫다』고 국민들에게 호소,사회당의 몰락을 막아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벨기에 유권자들이 완전분리보다 현재와 같은 연방제 형태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벨기에의 장래에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런던=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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