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순네쇼핑일기>新제품 質은 제자리 가격만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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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며칠전 슈퍼마켓에서 장본뒤 영수증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7백원으로 알고있던 1백80g짜리 S어묵이 1천1백40원으로 찍혀있었다.
물건을 다시 꺼내보니 포장에「골드」라는 작은 글씨가 덧붙여진것이 눈에 띄었다.
다시 진열대로 가 중량.포장까지 비슷한 일반 S어묵(권장소비자가 1천원)과 비교해보니 일반품은 어육 70.3%,소맥전분 8.2%, 조미액 1.6%였고 골드제품은 어육 74.5%,소맥전분 8.2%,야채 2.2%의 표시였다.어육함량이 높아진 대신다른 성분이 적게 들어간 것이다.
성분을 요만큼 바꾸는데 가격을 50%나 올려야하는 것인지.신제품을 살 때마다 속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요즘 어린이용으로 봇물쏟아지듯 나오는 DHA식품도 사긴 사지만늘 곤혹스럽다.DHA는 뇌세포의 주성분이라 머리 를 좋게한다고한다. 그러나 수많은 DHA제품중 DHA가 얼마나 들었는지,얼마를 먹어야 적당한지에 대한 정보를 주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먹으면 금방 大과학자가 될듯이 광고하는 한 우유제품의 경우 1ℓ에 1천4백80원으로 일반 우유(1ℓ에 8백50원)보다6백30원이나 비싸다.그러나 이 제품 팩의 어디에도 DHA함량표시는 없다.「원재료 우유 1백%」로만 나와있다.
이는 다른 메이커들의 치즈,떠먹는 요구르트,참치캔,햄 등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새 브랜드가 탄생하면서 값이 오르는 화장품,이름과 포장이 조금씩 바뀌면서 어김없이 가격이 비싸지는 과자.학용품도 그렇다. 「몇백원 더내고 좋은 것 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러나 식품.생활용품은 비싼 신제품이 나오고 얼마후 기존 싼제품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결과적으로기본생활비가 올라간다.
선진국에서는 수많은 소비자단체가 갖가지 정기간행물과 리포트를통해 제품의 장단점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조사해 발표하고 메이커별 성적표까지 수시로 매기고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렇게되나. 우리나라 기업치고「소비자만족」「고객감동」등의 선언을 한두번 안해본 곳이 없겠지만 과연 선진국같이 소비자가 감시의 눈을 번뜩이는 곳에서도 이런 선언이 부끄럽지 않을 기업이 몇군데나 될까.
우선 주부 각자가 신제품이 나오면 얼마만큼 좋아졌는지를 깐깐하게 따지고 석연찮으면 냉정히 외면하는 것이 그나마 값올리기를늦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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