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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업계 “고철값 올라 대기업 납품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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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제 원자재값 급등의 여파가 마침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으로 표출됐다. 1년간 두 배 가까이 뛴 고철값 때문에 주물업체들이 자동차·선박·공작기계 관련 대기업에 부품 납품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 300여 중소 주물업체의 모임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7일부터 사흘간 대기업 납품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연초부터 고철값이 오른 데 따른 납품가 현실화를 거듭 요구했으나 대기업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거래 대기업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중소 협력업체가 납품 거부라는 극단적 집단행동에 나선 건 무척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주물업체가 많이 모인 경북 다산공단과 경남 진해·마천 공단, 인천 경인·경서 공단 등은 이날 오전부터 공단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주물 부품이 대기업으로 운송되는 것을 막았다. 세 공단에 몰려 있는 주물업체는 모두 270여 개로 전체 조합원 회사의 90%에 해당한다. 이 조합의 서병문(비엠금속 대표) 이사장은 “비싸진 고철값을 중소업계가 떠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이 납품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다음달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제 고철값은 2006년 말 kg당 270원하던 것이 올 초 520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하지만 주물업체의 납품가는 평균 60원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주물업체의 이야기다.

고철을 녹여 만드는 주물은 자동차·선박·공작기계 등의 주요 부품 소재로 쓰인다. 당장 자동차업계가 힘들어졌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주물 부품은 10~15kg으로 미미한 편이지만 2만여 종의 부품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생산라인 전체를 세워야 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이사는 “완성차 회사는 원자재값 인상뿐 아니라 달러화 약세 등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돼 있다”며 “원자재값 문제만 내세워 납품을 중단하는 건 심하다”고 반박했다.

장정훈·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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