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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요리사-요리교실에 쿠키맨들 부쩍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요리요?스트레스 푸는데 최고죠.탕탕 두드리고 지지고 볶다보면 피로까지 싹 풀려요.』 『가족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요리를배워요.일요일마다 특별 메뉴를 선보이면 가족들로부터 점수따는 데는 최고지요.』 「사랑받는 아내」이고자 하는 여성들의 얘기라생각하면 시대착오.평범한(?)요즘 남자들의 생활속 얘기일 뿐이다. 취미로,생활의 즐거움으로 요리를 배우고 가정에서 실천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이런 세태를 반영,요리학원이나 문화센터등에는 특별히 남자들만을 위한 「남자요리반」이 개설되고 남성을위한 요리책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삼성생활문화센터 맛내기교실.삼성그룹이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설한「중국요리교실」에는 두팔을 걷어붙이고 여성들과 어울려 즐겁게 요리하는 6명의 젊은 남성들을 만날수 있다. 『별로 쑥스럽지 않아요.우리 부서에서도 다 알고요.총각시절 자취할때는 별 재미가 없었는데 요즘은 1주일에 한번씩 해서 그런지 재미가 만점이에요.』 업무를 끝낸뒤 강남에서 한시간을 달려 온다는 열성파 이현주(李絢宙.34.삼성전자 컴퓨터 시스템사업부)대리.그는 지난 주말 요리교실에서 배운 양장피를 네살난 쌍둥이 두아들과 함께 만들어 선보이자 처음엔 떨떠름해 하던 부모님까지도 기 특해 했단다.
이 문화센터엔 중국요리외에도 한식,쿠키.케이크굽기,칵테일 등을 배우는 20여명의 남성이 더 있다.
지난해 남자요리반을 개설했던 요리학원「라맘마꾸시나」 최경숙(崔慶淑)원장은『의사.디자이너.교수.대학원생 등 전문직 종사자 수강생이 많았다』며 빵반죽 등 오히려 여자보다 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귀띔.
또한 제일기획이 요즘의 부드럽고 달콤한 젊은 남성들을 일컫는신조어로 유행시킨「쿠키맨」의 요건은 자신있는 요리 몇가지 정도는 있는게 기본.
제일기획이 서울시내 27~34세 미혼남성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상자의 78%가 자신있게 할수 있는 요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올초 출간된『요리하는 남자가 아름답다』는 제목의 남성을 위한 요리책은 이미 1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이처럼 요리하는 남자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게 된것은 「남자일.여자일」이라는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이 깨져나가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외국유학이나 장기출장 등 남성들이 요리할 기회가 늘어난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
또한 해외 출입이 잦아지면서 손님 초대때 에이프런을 두르고 멋지게 접대하는 외국남성들을 많이 접하게 된 것,남성들이 쉽게드나들수 있는 부엌의 개방적 구조 등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중앙문화센터는 아예 6월1일부터 두달코스로「남자요리반」을 개설하는가 하면 라맘마꾸시나도 올 하반기 월1회씩 안주 등을 주메뉴로 하는「남자요리취미클럽」을 운영할 계획이어서요리하는 남편 덕분에 즐겁다는 여성들의 수도 더욱 늘어 날 것같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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