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업고 파워 세진 중국 대중문화 권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중국 양회(兩會)에서 대중 스타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중국 문화계가 부쩍 성장하면서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으로 진출하는 대중 스타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회는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당·직능단체 간 협의체인 중국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스타 대표와 위원들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대중을 끄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관심의 초점이다. 따라서 이들이 소개하는 문화계 현장의 고충과 불만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스타들의 발표 소재도 문화계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 에너지 절약 등 다양하다. 중국 당국이 이들의 입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면서 베이징(北京)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은 장이머우(張藝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이을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習近平) 정치국 상무위원의 부인인 가수 펑리위안(彭麗媛) 등 중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다만 이들은 너무 ‘거물’이기에 정치적 발언을 삼간다. 활발히 발언하는 쪽은 올해 처음 대표와 위원이 된 대표들이다. 거물급 영화감독인 펑샤오강(馮小剛)은 불법 다운로드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영화 ‘집결호(集結號)’는 12월 21일 처음 상영됐다. 그러나 12월 23일 인터넷에서 무료로 이 영화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다. 영화 흥행에 치명적이다. 적절한 입법이 필요하다.”

네티즌들과 전인대 대표들도 적극 찬성하자 국무원은 관련 법규 제정에 착수했다.

준수한 용모와 정의감 넘치는 역할로 인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기자 푸춘신(<6FEE>存昕)은 혐연권을 거론했다.

“우리나라는 흡연제한 협정 서명국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연초 전매국이 출자하고 중앙방송국(CCTV)이 공익 금연프로그램을 제작하라고 건의한다.”

CCTV 관계자는 이 발언 직후 즉각 해당 프로그램 제작 검토에 들어갔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중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전문 MC 양란(楊瀾)은 에너지 절약을 주장했다. “미관을 고려해 상당수 건물들이 유리로 외벽을 단장하고 아치형 건축을 짓는다. 그러나 여름철 자외선이 강렬할 때 이런 건물들은 ‘자외선 오염’을 양산한다. 겨울엔 한기 차단에 약하다. 부득이 사철 에어컨으로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런 건물이 전국적으로 900만㎡에 달한다.” 건설부 관계자가 열심히 이를 메모한 것은 물론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