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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이공계 살리기 왜 중요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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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희준 교수(서울대 화학과)

지금은 세계의 모든 나라가 과학기술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공계에 대해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기업은 쓸 만한 기술인력이 없어 아우성이다. 학생들이 이공계를 싫어하는 원인과 이공계의 중요성 등을 공부한다.

이탈리아의 갈릴레이(1564~1642)는 물체 운동의 연구와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 조사 등의 공적을 쌓아 '근대 과학의 아버지'가 됐다. 그는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쳤다.

미국의 허블(1889~1953)은 따분하게 느낀 변호사 일을 접고 대학 때 흥미가 있었던 천문학에 투신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갈릴레이도 허블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후회없는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의사와 판.검사는 각각 질병과 범죄를 교정하는 일을 하므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대우도 받는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모두 의료와 법조계에만 몰리면 어떻게 될까?

사람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계기는 마시는 물의 염소소독법이 개발되고부터다.

염소소독법이 나오기까진 염소를 발견한 스웨덴의 화학자 셸레(1742~1786)와 영국의 화학자 데이비(1778~1829)의 공이 컸다. 양자역학에 기초한 반도체와 레이저의 개발이 없었다면 정보혁명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초과학은 이처럼 창조의 뿌리이며 번영의 샘이다.

최근 신문엔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 삼성전자의 70나노미터 D램 공정기술 개발 등 기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가를 올린 주인공들은 대다수가 어려운 환경에서 힘든 이공계 공부와 기초 연구에 매달렸던 사람들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축구에서도 약한 팀만 상대하면 고급 기술을 배우지 못하듯 어려운 일을 피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흥미를 끌지 못하는 과학 교육방법 또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멀리하는 큰 원인이 되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얼마 전에 나온 조사 결과를 보니 이공계 지원이 줄어든 주요 원인은 이과 공부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기와 문제 풀이 위주의 교육방송을 지켜볼 때마다 나라도 저렇게 딱딱하게 가르치면 과학 공부를 할 맘이 생기지 않겠다고 느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정보가 넘쳐나는데 암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보다는 기본원리를 이해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응용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과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며 자연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방법을 개선하는 일에서부터 이공계 살리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김희준 교수(서울대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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