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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이 부품 수입회사 세우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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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박모(40)씨는 지난해 차를 운전하다 외제차와의 접촉사고를 낸 경험이 있다. 경미한 사고인데도 보험사에서 상대방 차량에 물어준 수리비가 200만원을 넘었다. 이 때문에 올해 자동차 보험료가 15%나 올랐다. 왜 이렇게 보험료가 많이 올랐느냐고 보험사에 문의하자 “외제차는 수리비가 많이 나와 그렇다”는 대답만 들었다. 보험 계약자도 불만이지만 수리비를 물어주는 보험사도 속이 편치 않다. 보험사 역시 외제차 수리비가 과도하게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산출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보험개발원이 외제차 수리비 거품을 빼겠다고 나섰다. 정채웅 보험개발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독일 현지의 자동차 부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부품 가격이 최고 세 배 더 비쌌다”며 “국내에서 나오는 외제차 수리비는 폭리나 다름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수리비가 비싼 것은 국내 유통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외제차 부품을 수입하는 회사를 직접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은 외제차 부품을 직접 수입해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파악할 예정이다. 또 수입한 부품을 정비업체에 공급해 외제차 수리비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험금 지급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아예 수입한 부품의 가격을 인터넷으로 공개해 다른 업체들이 과도한 수리비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제차 사고가 났을 때 과도한 보험금이 나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외제차 사고에 대한 수리비가 과도하게 지급되면 보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수리비 거품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보험 계약자”라고 설명했다. 국내 외제차 등록비율은 2002년 1.3%에서 지난해 9월 5%로 늘었다. 그는 “외제차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외제차와 사고가 나는 것은 어떤 운전자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며 “외제차 수리비의 거품을 빼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은 또 의무가입을 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Ⅰ’도 운전자 범위와 연령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혼자 운전을 하든 부부나 가족이 하든 의무가입 부분은 보험료가 같다. 그러나 앞으로는 혼자 운전하면 보험료를 할인하고, 가족이 운전하면 보험료를 할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김원배 기자

◇보험개발원=보험사가 내놓은 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적절하게 산출됐는지 평가하고, 각종 보험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1983년 설립됐다. 각종 보험 정보를 통합 관리해 소비자가 자동차 보험을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보험료 할인·할증 내용이 다른 회사로 이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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