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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외국인력도입 늘려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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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국인 노동인력의 도입확대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업계,특히 단순작업인력 부족이 심각한 중소기업에서는 도입확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관리상의 어려움,국내 유휴인력의 先활용등을 내세워 이에 반대하고 있다.쟁 점을 지상논쟁을 통해 재조명해 본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국내취업을 일부 전문기술직종에 한하고,단순기능인력에 대한 국내취업은 원칙적인 금지정책을 취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산업기술연수제도를 통한 단순기능인력 활용은 두가지형태로 실시되어 왔다.하나는 해외투자업체,해외 기술공여업체,산업설비 수출업체에서의 기술연수로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 제도를통해 해외진출과 필요한 외국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단순기능 외국노동력에 직장내 훈련을 제공하는 형태로 인력을 구할 수 없는 중소제조업체들이 주로 활용한다.외국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은 대체로 연수제도로부터 시작해 연수후 취업방식,고용허가방식등으로 단계적인 접근을 해왔다.
그것은 외국인력수입이 필요하더라도 국내산업이나 사회에 미치는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며,이러한 선진경제권에서의경험들 즉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 우리에게는 소중한 타산지석으로받아들여져야 한다.
외국인력수입을 둘러싼 타당성논의는 우선 시기성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과 세계화전략 차원에서만볼때도 노동을 포함한 모든 생산요소들이 지구촌경제 차원에서 이동되고 조달될 것이고,이러한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외국인력의 국내산업현장 활용은 시간상의 문제다.외국인력활용의 타당성은 이밖에도 몇가지 균형된눈으로 판단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는 경제발전과 원하지 않는 일자리와의 관계다.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수준이 향상될수록 그 나라에는 국내인력이 상대적으로 원치 않는 일자리가 증가한다.지금 산업현장,특히 중소제조현장에단순기능인력이 부족하고 3D직무를 기피하는 것도 근로자들의 의식을 탓하기 앞서 우리의 경제발전과 원하지 않는 일자리와의 함수관계에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한국경제가 선진화할수록 국내근로자들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는 제조현장 뿐만 아니라 서비스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이고, 세계화전략차원에서라도 이러한 일자리들은 후발개도국 인력들이 메워주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외국인력활용을 중소제조현장의 구조적 인력난과의 관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중소제조현장은 절대인력의 부족과 인건비부담의 가중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도,붙잡기도 어렵고 외국인 불법취업자라도 받아들 여야 할 정도의 현실이다.이를 개별중소기업차원의 문제일 뿐으로 본다면 그것은 균형된 시각이 아니다.노동의 총수요와 공급간에는 문제가 없으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그리고 기능및 기술수준간에 구조적수급불균형이 이토록 심화된데는 정책탓 도 큼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보며 이러한 점에서도 외국인력의 중소기업 현장투입이 정부의 인력공급정책에 중요한 변수가 되어야 한다.또한 앞으로 외국인력수입이 국내산업과 고용및 사회에 미칠 역기능도 간과되어서는안된다.그러나 국내고용대 체,국내근로자의 임금상승 억제,저임직종확대및 산업구조조정 지연등의 역기능은 어느정도의 외국인력수준이냐와의 관계에서 보아야 한다.외국연수생 현장이탈등의 노출된 문제점은 연수생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력 활용 그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중심으로 외국인력이 한국경제의 동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불법 및 합법체류자를 포함해 10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으며,이중 일부는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합법적으로 유치한 산업기술연수생들이다.이들 해외인력의 활용은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그러나 최근에 와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여러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 산업기술연수생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약1만명 정도가이미 정해진 작업장을 이탈,불법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주요원인으로는 해당 작업장에서의 낮은 임금과 임금체불,노예노동에 가까울 정도의 비인간적인 학대,감금.폭행 등이 지적되고있다.연수생들은 「코리언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본국에서 1~2년치 월급인 1천3백~3천달러의 거액을 중간알선업자에게 주고 한국에 온다.그러나 이들이 한국에 와서 받는 공식월급은 2백10~2백6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우 리와 같은 연수생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대만 여성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인 5백40달러를 주고 있다.
연초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한 네팔노동자들은 『같은 직장의 불법체류자월급이 55만원정도인데 비해 우리는 20만원정도를 받아불법체류자가 부러웠다』고 말하고 있다.그나마 연수생들은 20만원짜리 임금에서 20%가량을 회사에 「예치금」명 목으로,또 8천8백원가량을 한국인력회사에 「감시」의 대가로 떼이는 일도 있다.임금 하나만을 보더라도 불법체류자들과 비교해 그 3분의1 내지 2분의1 밖에 안되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많은 연수생들이작업장을 이탈해 불법체류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타개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본래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노동력착취의 방편으로 사용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국제적으로는 한국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탄압국으로 비춰지고 있다.또한 외국노 동자들로 인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할때 그 부작용이 너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사태가 이렇다면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더 이상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그러나 공식적으로 이미 들여 온 외국인들을 당장 돌려 보 낼 수도 없는 어려운 처지다.관광비자로 들어 온 불법체류자들도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우리가 그들을 붙들어 두고 있는 셈이다.외국인 노동자문제에 대한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먼저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대폭 개선이 필 요하다.연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연수후 실제 취업시킬 필요도 있기 때문에 연수와 취업을 제도적으로 통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연수가 되든,취업이 되든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된다.그렇지 않고서는 이 세계화시대에 있어 한국은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앞으로 우리가 선진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추악한 한국인」운운하는 소리를 결코 들어서는 안된다.천민자 본주의적 행태는 하루 빨리 파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다.청소년.여성및 고령자등 2백여만명의 유휴노동력이 있다.예컨대 생산직 인력으로 취업가능한 청소년 실업자는 21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의 90%정도가 직업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다.이 런 유휴노동력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명실상부한 적극적인 인력정책의 강력한 추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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